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금강일보] 젊은 날 필자를 포함한 ‘주사파’(술을 사랑하는 4인, 주류라고 함) 네 사람이 모여 ‘주당’을 창당했다. 주사파의 영원한 반대파는 ‘안주파’, 즉 술은 안 마시고 안주를 주로 찾는 사람들이다(비주류라고도 함). 우리는 주당의 특별행사로 ‘생전 장례식’을 진행했다. 즉 사람은 언젠가 죽을 것이 분명하므로 미리 죽을 사람을 정한 다음 나머지 당원이 낸 부의금으로 주안상을 차리고 술을 마시고 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다. 또 ‘주님’을 연구하고 보급하기 위해 매달 학술대회(술을 공부하는)를 열고, 좌장인 ‘주장’에게 병권(병을 잡고 술을 권할 수 있는 권리. 안주파가 병권을 잡으면 병권의 우리말 표현인 병든 놈이라 부름)을 맡긴다. 주당이 모시는 주신은 공자·맹자가 아니라 주자다. 주자를 주님(주공, 주인)이라고 부르며 주자는 성이 주씨로서 술해(개띠) 술월, 술일, 술시에 태어난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주당의 주식은 술이며, 주화를 쓰고, 주관이 분명하며 어디 가나 주류에 속한다. 우등상, 개근상보다도 주지육림의 주안상을 최고로 친다. 술을 마실 때는 건배사로 프랑스어인 “마셔 불어” 혹은 독일어의 전라도 사투리인 “마셔불드랑께”를 외친다. 주당은 매일 신주 모시듯 월요일은 원래 마시는 날, 화요일은 화끈하게 마시는 날, 수요일은 수없이 마시는 날, 목요일은 목에 찰 때까지 마시는 날, 금요일은 금방 마시고 또 마시는 날, 토요일은 토할 때까지 마시는 날, 일요일은 일부러 또 마시는 날이라는 것을 지킨다. 주당이 음주를 할 때 지켜야 할 불문율은 주종(술 종류)불문, 장소불문, 시간불문, 남녀불문, 노소불문, 상하물문 등이다. 그리고 주당에서는 주사나 주책을 부림으로써 주당의 물을 흐려 탁주가 되는 것을 아주 경계한다. 그래서 주치의(술치료 의사)를 두어 예방주사(술이 원재료임)를 주기적으로 맞는다. 당규를 어기게 되면 주리를 튼다. (이상에서 ‘주’자가 과연 몇 번이나 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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