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국감서 고개 숙인 남영신 참모총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에 대해 공식 사죄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육군 제공

[금강일보 최일 기자] 육군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고개를 숙여 사죄의 뜻을 밝히기까지 무려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1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경기 부천을)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수많은 광주시민을 향해 총칼을 휘두르는 만행이 있었다. 40년간 역대 육군참모총장 누구도 사죄하거나 무릎을 꿇은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남영신 참모총장은 “5·18에 군이 개입한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자들의 뜻은 민주화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반목하기보다는 화해와 용서가 중요하다. 진심으로 사죄를 하겟다”고 거듭 말했다.

남 총장은 “육군을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는 광주시민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설 의원은 “육군참모총장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사죄의 인사를 올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설 의원은 또 “5·18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해부터 가동 중인데 육군이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무런 제약이 없게끔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남 총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1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남영신 참모총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남 총장의 사죄에 5·18 단체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5·18 기념재단 및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이 있지만 육군의 최고 책임자가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한다”며 “업보처럼 등에 지고 살아온 40년의 한(恨)과 고통을 모두 치유할 순 없지만,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 관련자들의 용기 있는 참회와 고백으로 이어져 5·18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고, 이것이 화해와 용서의 장으로 승화돼 국민 통합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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