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시인, 두 번째 시집 ‘나비 포옹’ 출간 / 코로나 팬데믹 속 재생·치유의 메시지

가르쳐 줄까,
자신을 끌어안고
사뿐 날아오르는 법

잡다한 근심 내려놓고
아홉 겹 구름 위에
누워 있다 상상해 봐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편안하게 내쉬어

첫 눈(植)이 필 자리야
너의 가슴을 두 팔로
꼬옥 감싸 안아 줘

시린 손 얹어 동시에
양 어깨를 토닥토닥

어때, 쉽지
더러 휘청일지라도
달아나지는 마

-‘나비 포옹’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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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피아니스트와 게와 나’ 이후 네 번의 가을을 보낸 이미숙 시인. 코로나19로 어수선한 2020년, 그녀가 두 번째 시집 ‘나비 포옹’으로 독자들 곁을 다가왔다.

시인은 ‘나비 포옹’을 통해 생(生)의 의미를 탐색하고, 생의 모서리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 인생의 목록들을 형상화해 풀어가는 데 집중한다. 무거운 삶의 순간순간 휘어지는 시간과 내면을 응시하며 자유로움에 이르기 위해 자연의 이법(理法), 그리움과 사랑을 부단히 기다리고 행한다. 

표제작 ‘나비 포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한숨을 달래며 위로하는 시다. 시인은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서 좀 더 멀리 뛰고 높이 날기 위한 발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토닥이는 방법인 ‘나비 포옹법’을 제안한다. 재생과 치유의 은유인 나비를 통해 자신을 꼭 안고 사랑하며 토닥이라고 귀엣말을 하듯 전한다.

시인은 또한 작고 낮은 것들, 사라져가는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며 지긋이 응시한다. ‘유천동 소묘’는 유년의 기억을 되살려 지금은 사라진 홍등가 여성들에 대한 연민을 그렸고, ‘분꽃 피는 저녁’은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후배를 위한 시다. ‘쉐도우 복서’는 개인의 역사와 아픔, 현재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 다분히 자전적 의미의 서사시이며, ‘오디션은 없다’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주인이 돼 살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투영된 작품이다.

삶이 거느리고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 슬픔과 열기를 통찰하는 시선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강한 의지의 힘은 생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세상은 온통 놀이터’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과 연결된다. 낙천과 긍정이 천성인 듯한 시인에게 시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196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이미숙 시인은 2007년 계간 ‘문학마당’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현재 한국작가회의·충남시인협회·유라시아문화연대 회원, 대전윈드오케스트라 단원, ‘젊은시’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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