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품귀에 접종 못 받을까 걱정
임산부·아동 우선 안내에 역정도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백신 상온 노출 등 정책적 혼란에서 촉발된 독감 백신 논란이 채 가라앉기 전인 19일, 만 70세 이상 고령층 대상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공급 차질로 백신이 부족한 상황 속 우려했던대로 접종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원은 북적였다. 어렵사리 한 걸음인데 혹시 접종을 받지 못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였다.

만 70세 이상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이 개시된 이날 오전, 대전 동구 한 내과의원을 찾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족히 20명 이상의 시민들이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받기 위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은 고령층이었다. 김정숙(77·대전 동구) 할머니는 “옆 병원에 가니 40~50명 가까이 대기 중이기에 황급히 발길을 옮겼는데 다행이 사람이 적다”며 “뉴스에서 상온 노출 백신을 수거해 갔다는 말을 들어 안절부절했다. 직원이 현재 대기중인 사람들은 모두 접종가능하다고 귀띔해줘 안심”이라고 웃어보였다.

대전 중구 한 내과의원은 훨씬 더 혼잡했다. 노인들은 물론 영·유아들로 발 디딜 틈 없어 일부는 병원 밖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접종이 수월하지 앉자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접수 중이던 한 할아버지는 ‘임산부와 만 12세 미만 아동들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하고 있어 기다리셔야 한다’는 병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곤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는 “아기들은 소아과에서 접종해야지 왜 노인들이 많이 오는 동네 내과까지 와서 이러냐. 이제 노인들 (무료 접종) 차례인데 앉을 곳도 없이 서서 기다려야 한다니 어이없다. 노인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호통치듯 말했다.

내 돈 내고 접종하려해도 문제는 백신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민규(76·대전 중구) 씨는 “무료 접종을 해 준다고 해서 아침 일찍 나왔는데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 하도 답답해서 유료 접종이 가능한지 다른 병원에 문의해 봤지만 ‘물량이 딸려 유료 접종도 힘들다’는 답변만 얻고 이러지고 저러지고 못 하고 있다”며 “이런 혼란을 벗어나게끔 정부는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급 관리에 나서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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