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대부분 고신용자 "쓸데없는 간섭"
중·저신용자만 자금줄 끊겨 애꿎은 피해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급격히 불어나는 대출 수요로 정부와 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수박 겉 핥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의 대출 수요를 이끌고 있는 주체가 고신용자인 만큼 이들에게 갑작스런 제재를 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신용대출 규제로 인해 애꿎은 중·저신용자의 자금줄 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경북 경산시)이 NICE 평가정보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은행 대출고객 신용등급 분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이용 차주 646만 명 가운데 48%인 311만 명이 신용등급 1등급이다.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17%, 13%다. 은행 신용대출의 78%가 3등급 이상 고신용자인 셈이다. 1등급 비중은 2016년 40%, 2017년 43%, 2018년 44%, 지난해 46%, 올들어 9월 말 현재 48% 등으로 매년 뛰었다. 저금리 추세로 이자 상환 부담이 낮아지면서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게 윤 의원의 판단이다.

대전 유성구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수신이 줄어들고 여신은 폭증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고 신용자 위주로 대출 지급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중 신용자의 수요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고신용자가 많아 보이는 착시가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신용대출의 가파른 상승세를 해결하기 위해 고소득 전문직의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중·저신용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빚투’와 ‘영끌’ 수요 외에도 생활 자금 등의 대출 수요도 은행 여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대전의 한 시중은행 본부장은 “정부가 고신용자들부터 대출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이건 쓸데 없는 간섭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한 상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은행도 돈을 내주는 것”이라면서 “무리한 대출을 통해 투자금 마련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있지만 신용도가 높지 않은 자영업자나 직장인들 중 급전 마련을 목적으로 신용 대출을 신청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실속없는 규제로 자금 순환이 경색된다면 당장 자금이 부족한 소상공인이나 직장인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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