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식 대전역전지구대 팀장
“시민 안전이 최우선”…쪽방촌 돌보는 착한 손

명재식 대전동부경찰서 대전역지구대 팀장.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지은 죄 없어도 순찰차만 보면 공연히 움찔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경찰이 친근하거나 편안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안심하고 살아가도록 책무를 다하는 치안 파수꾼들이 그렇다고 경직됐거나 무뚝뚝한 것은 아니다. 공권력에 대한 선입견일 뿐이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사는 천생 경찰관이 있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그에게선 사람냄새가 난다.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전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저씨’ 명재식(55) 팀장을 만났다.

안 그래도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들이 올해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라는 달갑지 않은 복병까지 만나 퍽 애를 쓰고 있다. 일 많기로 유명한 대전역전지구대 명 팀장은 말해 무엇할까. 지난 7월 경 갑작스런 폭우로 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되는 등 대전 일부 지역이 큰 수해를 입었다. 특히 지하차도와 같은 저지대는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난리를 겪었다. 7월 30일이었다. 이른 새벽, 명 팀장은 안전 조치 겸 지역을 순찰하던 중 대전역 지하차도에서 ‘구해달라’는 소리를 듣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갔다. 그는 “한 여성 운전자분이 차와 함께 지하차도에 갇힌 채 겁에 질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물 속으로 들어가 구조했습니다. 신속히 구조해야겠다는 것 말고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른 경찰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라고 겸손해했다.

대전역 인근은 경찰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 만큼 치안 수요가 많다. 더욱이 대전역 인근엔 쪽방촌 등 취약계층이 많다. 치안이 아니고선 경찰이 쪽방촌 주민들까지 챙겨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그에게 쪽방촌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몇 년 전 여름 쪽방촌에 살던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 환경이 열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가족도 없고 달리 연락할 사람도 없어 마지막 가는 길마저 쓸쓸하게 떠났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더군요.”

그 마음 담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망자가 살았던 곳의 이장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고 그를 통해 가족을 찾았다. 문제는 가족들 역시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형편이 녹록지 않아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한숨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가족분께 망자 사체 포기 각서를 받고 행정절차에 따라 간소하게나마 무사히 장례를 치렀습니다. ‘감사하다’는 가족의 인사가 왜 그리 아리게 꽂히던지 경찰 생활하면서 가장 가슴이 먹먹했던 순간입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시민들의 응원을 바랐다. 요란할 필요는 없다. 그저 믿고 곁을 내주면 범죄 없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빚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경찰들이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주민접촉형 순찰활동으로 주민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으니 국민들도 우리 경찰들은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이 지쳐 있으시고 힘든 상황이지만 하루 빨리 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저희가 힘이 돼 드릴테니 희망 잃지 말고 같이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대한민국 경찰 맹재식’이 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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