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재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절 문제 불거져
대체로 “유감, 면밀 검토 등” 자세 낮춰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20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기관 53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연구논문과 보고서 표절을 비롯한 비위 문제와 비정규직 전환, 블라인드 채용, 연구지원 인력 문제 등을 집중 추궁했다.

먼저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시을)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연구재단 임직원들의 ‘국외교육훈련사업’ 참가 후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표절 검증 업체를 통해 표절 여부를 검사한 결과 14건 중 8건이 표절 연구 보고서로 드러났다”며 “표절 보고서로 확인된 것은 8건이고, 많게는 표절률 77%에 해당하는 보고서도 있다. 완전히 베낀 거다”라고 문제삼았다. 이에 노정혜 연구재단 이사장은 “표절에 대한 부분은 철저하게 스스로 점검하고 관리했어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전체 조사와 재발 방지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국감 의원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A 전 헌법재판관 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학생인 B 씨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쓴 연구논문이 표절 여부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타 연구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B 씨가 처벌을 받지 않았고 A 전 헌법재판관의 아들이라고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도영도구)은 주장했다. 황보 의원은 “교신저자 등 관련된 선임·책임연구원은 처벌을 받았는데 제1저자인 B 학생은 다른 기관 소속이라는 이유로 이관한 채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황보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명준 ETRI 원장은 “본조사 과정에서 7차례 회의를 했다. 마지막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표절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 헌법재판관 아들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이며, 감사를 함에 있어서 고려할 다른 요인은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과기정통위 의원들은 출연연의 뜨거운 감자인 비정규직 전환 문제를 비롯해 블라인드 채용, 연구지원 인력 문제에 대해 질의를 이어가며 혜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출연연 직원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며 채용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의 주장에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은 “블라인드 채용 철학에는 동의하는 바이지만, 연구직에 대해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종 학위를 받은 대학교, 지도교수 추천서, 비전을 얘기하는 중장기연구서는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서울 광진구갑)은 “대한민국 연구인력은 71%인데, 연구지원인력 29%에 불과하다”며 “연구지원 인력이 상당히 적은데, 연속성 없는 상황 때문에 (연구인력 지원자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정부와 출연연 관계자들도 동의하는 모양새였다.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정부와 출연연 관계자들은 ‘미흡’한 부분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하는 등 대체로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였다. 다만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날 국감장에서 임 원장은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시갑)이 “부인이 숙명여고 출신이냐”고 질문하자 한때 “답변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등 다소 무성의한 답변 태도로 빈축을 샀다.

곽진성 기자 pen@gg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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