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기간만 택배기사 4명 잇달아 사망
‘분류작업·산재보험 제외신청’ 폐지해야

20일 대전 우체국의 한 택배기사가 ‘과로사 노동자 추모’와 ‘혼합 파렛 근절’을 요구하는 조끼를 입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택배 노동자 4명이 잇달아 사망하자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택배기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오는 24일 경고 파업을 예고한 전국택배노조는 국감에서 담판을 지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0일 새벽 또다시 비보가 전해졌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40대 택배기사 김 모 씨가 대리점의 갑질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올해까지 11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했고 지난 8일을 시작으로 국감 중에만 모두 4명이 절명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이복규 충청지부장은 “택배 수수료는 1건당 최소 2500원에 불과하나 대형쇼핑몰 백마진 800~900원, 택배사(50%)·대리점(10~20%) 수수료를 제외하면 기사는 1건당 600~700원만 손에 쥔다”며 “교통비·차량대출비·밥값을 제외하면 수익이 거의 없는데도 코로나19 감염 위기로 증가한 택배 물량이 기존 기사들에게 떠안겨지면서 과로사와 극단적인 선택이 뒤따르고 있다”고 애석해했다.

택배노조는 원청이 추가 인력을 채용해 감당해야 할 분류작업을 기사에게 전가하는 것을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구을)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에는 집화·배송과 분류업무가 구분됐음에도 국회 제정이 이뤄지지 않아 2~5시간에 이르는 분류작업을 택배기사가 도맡고 있어서다. 우체국택배노조도 혼합 파렛(동 구분 없는 무분류 혼합택배)을 받고 있어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환노위는 20일 국감에서 “택배 기사 분류작업은 공짜 노동”이라는 질타를 쏟아내며 26일 종합감사 증인에 CJ대한통운·한진택배 등 원청 대표를 채택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대리점 갑질 문제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구갑)은 대리점들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신청’을 강압해 대필한 의혹을 제기하며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이 지부장은 “기사들이 택배업 입직신고를 할 때 당연히 가입해야 할 산재보험을 대리점들이 대신 적용제외 신청하는 관행이 굳혀졌다. 전국택배기사 4만여 명 중 7000여 명만 가입된 상황이다”라며 “대리점과 기사가 절반씩 매달 각 2만 5000원만 내면 되지만 그조차도 부담하려 하지 않는 사이 남은 가족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 담판을 요구 중인 택배노조는 24일 경고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 4만여 조합원 중 10%가량(우체국택배 포함)이 동참하는 가운데 대전·세종·충남·충북 참여 인원은 총조합원 400여 명 중 민간택배만 120여 명이다. 충청권 택배기사가 7000~8000명이라서 물류 대란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지난 8일 과로사 사망 때 결정된 경고 파업이라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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