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방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지만
심규익 내정자에 지역 문화예술계 냉담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제7대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심규익 전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정된 가운데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응이 썩 시원찮다. 수장 공백 상태가 해소되는 것보다 심 내정자를 문화예술 컨트롤타워 격(格)인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낙점한 대전시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문화재단을 이끌 새 대표이사가 가려졌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의 근심은 되레 깊어지는 형국이다. 시는 지난 20일 심 전 교수를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당면해 있는 현안 과제를 원활히 수행하고 소통 능력과 리더십으로 조직을 안정화시켜 경영 혁신을 이끌 역량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으나 정작 지역 문화행정 실무와 조직운영 능력에 있어선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어서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 A 씨는 “섣부른 짐작이길 바라지만 사실 시가 이번 대표이사 인선에서 문화자치, 문화분권이라는 새 시대의 지향점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라며 “지역 문화원 운영위원 경력이 문화예술 활동의 사실상 전부인 심 내정자가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갈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인사 B 씨는 “시가 대체 문화예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간 문화재단 수장들이 왜 줄줄이 중도에 내려왔는지에 대한 반성은 정말 없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가뜩이나 대표이사와 문화예술본부장 공석 장기화에 더해 코로나19로 문화예술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으며 불안함의 공기가 자욱한 문화재단 내부에서조차 심 전 교수의 대표이사 내정 소식은 여러 생각을 교차하게 하는 모양새다. 문화재단의 한 직원은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분명한 인사”라며 “내부적으론 조직혁신이 절실하고 외부적으론 문화재단 사업의 정상적인 이행이 절실한 까닭에 새 대표이사가 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얼마만큼 명확하게 제시하는 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심 내정자는 아직 공식 임명 전인 만큼 현장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문화재단이 거듭나는 일에 진력하겠다는 각오다. 심 내정자는 “비록 전문적인 문화예술인은 아니지만 문화재단의 현실을 진단, 구체적인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많은 분들을 만나기 위한 소통 채널을 가동하는 등 겸손한 자세로 문화재단 안정화에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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