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지적에도 묵묵부답
교원단체 중심 ‘이번엔 반드시’

[금강일보 유상영 기자] <속보>=‘유치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삼 고조되고 있다. 교육과 행정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는 것인데 유치원은 ‘어린이들의 동산’이라는 뜻의 일본식 조어법을 따른 한자어인 만큼 ‘유아학교’로 바꾸자는 거다. <본보 2019년 9월 19일자 3면 등 보도>

유치원 명칭 변경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문제 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됐지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을 뿐 진전 없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유아들의 교육기관에 '유치원(幼稚園)'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교육계에서는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변경한 것처럼 유치원 명칭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발의된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사립유치원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2018년에도, 3·1운동 100주년이던 지난해에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육부와의 2018~2019 본교섭 협의 안건에 이 문제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수년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매번 게재돼 많은 동의를 받았지만 그때 뿐이었다.

올해도 교육단체들은 이 문제를 꺼내들었다. 최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정하기 위한 시민운동에 돌입했고, 교사노동조합 연맹도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역시 나섰다. 명칭 변경을 위해 총력 입법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8·19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를 이끌었지만 통과시키지 못 했던 ‘유아학교 변경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제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두 단체는 21일 국회 교육위원 전원에게 공동건의서를 전달하고 조속한 유아학교 변경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유치원은 독일어 ‘kindergarten’의 일본식 표현”이라며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변경했으면서 유치원 명칭을 지금까지 방치한 것은 정부와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유아교육법 제2조는 유치원을 ‘학교’로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나머지 법 조항들은 ‘유치원’으로 명기하고 있고, 이에 따라 모든 문서, 시설 등에서 여전히 유치원이라는 표현이 관습처럼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앞으로 교육부와의 ‘2020년도 상·하반기 단체교섭’ 과제로 추진하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일본식 이름인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막상 교육부가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라며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청산하려면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명칭부터 변경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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