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유아들의 교육기관 명칭인 유치원(幼稚園)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의 동산’이라는 뜻의 일본식 조어법에 따른 한자어다. 한자문화권에서 유아들의 교육기관에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홍콩에서도 유치원이라는 명칭의 일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교’ 나 ‘Preschool’이라는 표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황국신민학교’의 준말이었던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정했다.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일재 잔재 청산을 강조하면서 의지가 없는 것인지 관심조차 없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그동안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사립유치원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2018년과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육부와의 본교섭 협의안건에 이 문제를 포함시켰지만 진전이 없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수년 전부터 이런 주장이 게재돼 적지 않은 동의를 받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해묵은 이 문제가 한글날을 전후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보다 구체화되는 느낌이다. 최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자며 시민운동에 돌입했고,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유치원 명칭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보다 적극적이다. 이들 두 단체는 21일 “제21대 국회는 조속히 유아학교 변경 입법을 실현해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학교로서의 유아공교육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국회 교육위원 전원에서 공동건의서를 전달했다. 교총은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교육현안 해결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도 이 문제를 과제로 올려 50만 교원의 의지를 결집하고 있고 교육부와의 올해 단체교섭 과제로도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이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정하자는 주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광복회가 이미 필요성을 인정하며 개정을 주장하면서 일반 국민들의 공감대도 커지는 추세다. 그런데 국회가 이 문제를 도외시하는 이유가 뭔지 모를 일이다.

유치라는 단어는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의미로 주로 쓰이고 있어 이미지도 좋지 않다. 또한 초·중·고·대학교까지 ‘학교’ 체제의 명칭 통일성, 연계성을 갖기 위해서도 유아학교로 바꾸는 게 좋다. 단순히 일제 잔재 청산차원을 넘어서 변경의 타당성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회는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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