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사상자 잇따르자 시민들 발동동
안전성 관련 문의 빗발치고 예약 취소 줄이어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인천과 전북 고창에 이어 대전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80대 노인이 숨지는 등 전국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사망 원인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것이 없고 의료계에서도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2차 대유행을 우려해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받고 대기 중인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의원엔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고 예약 취소도 늘고 있다. 특히 사상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노인들에겐 공포감까지 든다. 코로나19와 독감에 취약해 독감 백신 접종이 필수인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노인들은 애탄다.

박 모(75·대전 중구) 할머니는 “독감 주사를 맞고 숨졌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들어와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올 가을엔 유독 독감 주사를 맞은 뒤 누군가가 죽었다는 뉴스를 많이 들어서인지 불안하다”며 “독감 접종 차 병원갈 채비를 했는데 딸에게서 ‘독감 백신 접종자들이 숨지는 일이 있었으니 병원에 가지 말라’고 연락이 와서 일단 집에 머무는 중”이라고 좌불안석이었다.

8살 아들을 둔 김 모(42·대전 유성구) 씨는 “그렇지 않아도 백신 상온 노출 뉴스를 듣고 께름칙했는데 대전에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상자가 발생했다니 겁이 덜컥 났다"며 "아이 학교에서 독감 백신 접종 확인서를 필수로 가져오라고 했지만 무서워서 접종 예약을 취소했다. 학교에는 접종을 못 시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전에서 80대 노인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지고 70대 여성이 같은 회사에서 만든 백신을 맞은 뒤 중태에 빠졌다는 비보가 타전된 탓인지 하루 전만해도 붐빌대로 붐볐던 지역 병·의원은 비교적 한산했다. 대전 중구 한 의원 원장 김 모 씨는 “무료 독감 접종을 시작했을 땐 ‘접종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이제는 ‘백신이 안전한지’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특히 아이가 있는 부모들의 문의가 많다. 오전에만 열 통 넘게 전화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서구 한 내과의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해당 의원 원장은 “독감 백신 접종 예약이 꽉 차 있었는데 60% 이상 취소됐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졌다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와 시민들의 불안감이 팽배해진 것 같다”며 “독감 백신 품귀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확보했는데 이런 상황에 닥치니 당황스럽다.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관계는)의사들마다 의견이 다 다를 수 있어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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