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일부 물류창고사 4시간씩 공급 중단
부품대리점·정비소 공급 딜레이로 소비자 피해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아무도 모르는 사이 지난 5일부터 현대모비스 부품을 보관하는 하도급 물류창고사에서 임금 인상을 사유로 부분파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로써 현대·기아 차종의 정품부품 공급이 지연되는 탓에 부품대리점·정비소·소비자 모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일부 물류창고를 담당하는 동원로엑스(동원그룹 계열사)에서는 지난 5일부터 2주 넘게 부분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으나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7개 지부 중 6개 지부가 하루 4시간씩 공급을 중단하거나 태업을 하고 있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된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코나 일렉트릭(코나 전기차) 배터리 결함에 따른 리콜 등을 빠르게 조치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품 공급이 매우 중요한데 완성차 임단협이 종료된 와중에 찾아온 일부 하도급 물류창고사의 부분파업이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원로엑스 노조의 부분파업은 충청지역에 특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물류창고사가 대전·세종·충남·북도 지역을 모두 관할하고 있어서다. 충남의 한 현대모비스 대리점 사업주는 “지역과 차종에 따라 공급 감소량이 다르지만 평소 대비 20% 수준까지 떨어진 부품도 있다. 문제는 차량 정비는 한 가지 부품만 공급되지 않아도 수리를 못 하는 특성이 있다는 데 있다. 정비소의 긴급한 요청에 물류창고에 직접 가서 부품을 공급받으려고 해도 물류창고사가 물건을 내어주지 않는 탓에 그저 동원로엑스의 임단협이 잘 마무리되기만 바라는 실정이다”라고 한탄했다.

정비업체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반 카센터는 현대·기아차의 정품보다는 사제품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적으나 정품을 사용해야 정비소는 난처한 상황이다. 대전 유성구의 한 블루핸즈 지점 관계자는 “교체 수요가 많은 소모품은 충분한 재고를 받아놓아서 영향이 덜하지만 차량제어용 모듈 같은 고가의 보수용 부품은 소비자 차량에 고장이 발견할 때마다 공급을 요청하는 특성이 있는데 곧바로 공급되지 못해 2~3일 수리가 딜레이되고 있어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창고사의 파업에 따른 공급 불안정이 감지되자 학계에선 물류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완성차와 현대모비스의 노조 파업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위험 요소가 됐으나 물류창고사 파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우선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되 현대자동차그룹이 나서 현행 물류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는 노력과 함께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한 물류 이원화 체계도 검토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한편 동원로엑스 사측과 부분파업에 참여한 6개 지부 노조는 22일 대전 유성에서 타협을 위한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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