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전체 타이어업계 불신으로 번질까 긴장
‘매출책임할당제’, ‘사업자 추천권한’ 해결해야

지난 20일 광주광역시의 한 타이어뱅크 대리점주가 고객 차량의 휠을 고의로 훼손하는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보배드림 캡처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지난 20일 광주광역시의 한 타이어뱅크 대리점에서 고객 차량의 휠을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타이어뱅크 지역대리점들은 물론 대전 타이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 불신이 자칫 타이어 교체 수요를 떨어뜨려 매출 피해가 번질 수 있어서다. 학계에선 타이어업계의 매출책임할당제 등을 이번 사건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21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타이어뱅크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A 씨에 따르면 “정비사가 타이어 4개를 교체하던 중 휠 1개가 손상됐고 나머지는 부식됐다”며 “너무 위험해서 그냥 가시면 안 된다. 중고라도 구매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 A 씨는 일부러 찌그러뜨린 것 같아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뒤졌더니 정비사가 스패너로 휠을 망가뜨린 장면을 발견했다.

해당 정비사는 대리점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타이어뱅크 홍보관계자는 “즉각 가맹점과의 계약 해지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22일 대리점주가 사과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보상도 빨리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리점주에 대한 고발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피해자 A 씨가 고발할 경우 재물손괴죄와 사기미수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번 고의 훼손 사건은 타이어뱅크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건이 고발된 보배드림에서 꺼림칙하게 휠 교체를 요구받은 사례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어서다. 타이어뱅크 고객 권 모(38·대전 중구) 씨는 “휠을 교체한 적이 있는데 정말 문제가 있었던 건지 의심이 든다. 본사가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전국 430여 개 매장을 전수 조사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요청했다.

타이어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대전 유성의 한 티스테이션 점장은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런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는지 매우 충격을 받았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여파로 타이어 교체 수요가 많이 떨어졌는데 괜히 타이어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학계에선 구조적 원인에 의한 예견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대덕대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타이어뱅크뿐 아니라 타이어유통업계들은 일종의 매출책임할당제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이 증가할 경우 구간별로 수익 비율을 높여주는 구조라서 어떻게든 매출 성과를 끌어올리려는 무리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타이어 제작사에서 직접 교체·정비하려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타이어뱅크의 각 영업점은 본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운영 중이다. 이들 영업점을 대표하는 사업주연합회가 개인사업자 추천 권한을 보유한 탓에 각 점주에게 매출 압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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