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봉사” 발언에 대권 도전 가능성↑…내년 7월 퇴임 후 행보 이목 집중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금강일보 최일 기자] 지난 22일 ‘윤석열 청문회’를 방불케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계기로 윤석열(60) 검찰총장의 정치인으로의 변신 가능성이 한층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했다가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모양새가 된 그가 내년 7월 퇴임 후 행보와 관련,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할지를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사실상 정치권 입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뚜렷한 대선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야권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충청 정가에선 부친(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인 윤 총장이 ‘충청대망론’을 구현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쏠린다.

이 같은 흐름을 읽은 여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윤 총장을 향해 정치를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국민의힘과는 함께하지 말 것을 충고(?)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의 거친 발언과 정치적 발언이 심각하다. 심지어 ‘대통령과 장관의 합법적인 지휘·감독을 위법하다’고 발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감독에 의견이 다를 순 있지만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장관의 민주적 통제에 따라야 한다. 윤 총장이 검찰 조직을 끌고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로서 해선 안 될 검찰 조직을 상처내고 흔드는 일이다. 이런 정치적 행동과 발언을 중단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국감 대책회의에서 “윤 총장에 대한 법사위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그렇게 칭찬했던 윤 총장을 마녀사냥식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참 이게 누구를 위한 국감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선택적 정의’, ‘대통령과 판단이 다르면 정치로 가면 된다’라고 공격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고 검찰 수장을 그렇게 난도질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당을 비판하고, 윤 총장을 적극 옹호했다.

국민의힘 내 충청권 좌장 역할을 하는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답답하고 지친 국민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영감을 줬다. 앞으로는 아무리 압박을 받아도 ‘식물총장’ 소리는 안 들을 것 같다”라며 윤 총장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올렸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처지가 된 동갑내기 윤 총장을 지칭하며 “고향 친구 윤석열을 지켜내겠다”고 감싸 그의 충청 연고를 부각시킨 바 있다.

사실 윤 총장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복잡하다. 심각한 인물난에 허덕이는 점에서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검찰총장 임기가 9개월이나 남은 상황에 섣부른 대망론을 경계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윤 총장이 이번 국감에선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바꾼 데 주목하는 국민의힘은 ‘봉사’라는 표현을 명백한 정치 선언으로 간주하고 있고, 당내 일각에선 윤 총장이 보수 진영 대권주자로서 여러 조건을 겸비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미지, 높은 대국민 인지도와 마니아층의 지지, 여기에 충청대망론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의 몇 마디에 가볍게 들썩일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총장이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에 반기를 들었다고 해서 국민의힘과 뜻을 같이할 것이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는 신중론이다. 또 만에 하나 그가 정권교체의 선봉에 서겠다고 결심하더라도 정치권에 안착할 수 있을지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고 입당하기까지는 이미 당내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잠룡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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