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요즘 갑천을 걷거나 대전 둘레산길을 걸어보면 봄과 가을이 대기의 온도는 비슷한 것 같지만 햇빛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봄볕은 피부에 닿는 느낌이 거칠다는 생각이 들고 가을볕은 매끄럽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옛말에 '봄볕에 김 매러는 며느리를 보내고, 가을볕에 김 매러 갈 때는 딸을 보낸다.'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과학에는 문외한이지만 빛의 파장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빛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외부로 발산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생기를 돋게 한다면 가을빛의 부드러움은 가을 길 산책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좋은 추억들을 떠올려 인간을, 인생을 다시 생각하는 계절로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사람들마다 슬픈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 부끄러운 이야기들은 모두 있다. 그러나 낙엽이 지는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감성을 불러일으켜 지나간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생각하면서 이 계절을 즐긴다. 그래서 가을은 추억 또는 낭만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러나 금년 가을에는 그렇게 낭만적인 생각만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슬픈 일들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북한군에게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은 대통령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또 그 아들은 “아버지는 대한민국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국민이었다.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나도 마음이 아프다.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라고 했다. 백성들은 대통령이 취할 행동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먼저 공무원을 살리려고 노력을 했어야 했고, 그것이 불가항력이었다면 다음은 김정은에게 강한 책임을 묻는 모습이 있고 방지책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종전선언이나 한다고 하고, 사과 같지도 않고, 글 같지도 않은 편지 한 장에 화해를 운운하는 여당 집단은 분명 문제가 있는 집단이다. 특히, 나처럼 이북에서 피난 나온 2세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지하에서도 걱정이 태산 같으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국가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또 요새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지금까지 법과 관계없이 살아와서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최근에 법무부장관이 하도 많이 거론되어 관심 있게 보았다. 국회에서 답변하는 것, 검찰청 인사 하는 것,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이 사람이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조폭 집단에서 일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국회에서 답변하는 모습은 상식적인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체면을 알고 부끄러움을 안다. 그러나 그는 체면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임을 만방에 고하고 있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 하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사건인 라임사건은 사기꾼의 편지를 근거로 했다니 웃지 못할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월성 1호 감사과정이다. 감사 기간이 13개월 걸렸다. 감사원장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다. 이렇게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개인의 비리 때문에 삭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장관은 조직적으로 시킨 일은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거짓, 안하무인, 변명, 직무유기, 편가르기 등이 횡횡하고 있는 정부다.

이런 세상을 보고 있는 우리들은 불쌍한 우리나라를 걱정한다. 모두가 서로 믿고 함께하는 그런 기쁜 가을은 언제 오려나, 2020년 가을은 너무나도 우울하다. 그리고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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