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작가회의 회장

전통가구인 ‘반닫이’는 소목장의 손길에 의해 탄생되는 미술품이다. 어남동에 있는 ‘월정전통공예연구소’에서 반닫이를 만났다. 그곳에 전시된 전통가구들은 소목장 방대근 장인이 제작한 작품으로 나무의 결을 살리면서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단순미를 드러내는 가구들로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미술품이었다. 소목장은 창호를 비롯해 장롱, 궤, 경대, 책상, 문갑, 반닫이 등 목가구를 제작하는 기술과 기능을 가진 목수를 말한다. 전시된 전통가구 중에서 제일 눈이 띄는 가구가 반닫이였다. 방대근 장인이 제작하는 반닫이는 나무가 가진 결 하나하나가 반닫이의 꾸밈이 되게 제작하며 조각이나 장식을 보태기보다 나무 무늬 자체로 아름다움을 잘 살려 표현했다.

반닫이는 목재 가운데 크고, 무늬가 좋은 나무를 먼저 켜두고 나머지 부분들로 다른 가구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만큼 좋은 나무를 만나야만 만들 수 있다. 물결처럼 번지는 굴곡, 기름 한 방울 떨군 것 같은 결의 일렁임, 나무의 단면이 고스란히 표면이 되는 반닫이는 나무로부터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술품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가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을 살아도 똑 같은 반닫이를 다시 만날 확률이 없는 것은 바로 나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신분 계층의 구분 없이 널리 사용됐고, 새색시가 장만해야 하는 필수 혼수용품이었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강을 기반으로 농경사회를 이뤘으며 산과 산맥을 분기점으로 각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 이러한 지형 조건으로 인해 목공예 분야에서도 지방 특산의 목재와 생활양식에 따라 지방색이 강한 목가구들이 제작돼 쓰였다. 일반적으로 두껍고 폭이 넓은 나무판으로 만들고 묵직한 무쇠 장석(裝錫)을 투각기법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작지만 무거운 반닫이는, 전통 목가구 중에서 지역적 특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가구로, 높낮이나 꾸밈 등이 지역마다 달라 형태만 보고도 어느 지역 반닫이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대전무형문화재 제 7호, 방대근 장인은 충청지역의 특징이 담긴 소박함과 단순함이 어우러진 멋진 반닫이를 제작하고 있다. 대전시 중구 어남동 신채호 생가의 뒤편에 50여 년 동안 소목장의 길을 걸어온 방대근 장인의 작업장이 있다. 한편 소제동에 위치한 대전전통나래관에서는 전통가구의 맥을 잇고자 매주 목요일마다 전수교육의 장이 열리고 있다. 소목장의 손길에서 재탄생되는 미술품인 아름다운 전통가구를 알리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대전전통나래관을 방문해 전시된 전통가구를 견학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 그 외의 전시품을 돌아보며 장인들의 솜씨에 담긴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멋과 조상들의 지혜를 만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인 전통목가구가 후대까지 전승될 수 있도록 문화재단이나 그 밖의 기관에서도 홍보와 재정적 도움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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