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공무원 집단과 일반 시민집단은 생각의 차이가 크다. 어느 한 쪽이 목숨을 걸 정도로 소중하고 의미 있게 여기는 부분을 상대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 사례가 많다.

시민이 생각할 때 “그까짓 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일이 공무원 집단에게는 중요한 명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세종시 이전이다.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하면서 발단은 시작됐다. 부총리나 장관이 이끄는 정부 부처는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전했고, 차관급 청장이 이끄는 각 부처의 외청은 부처보다 앞서 대전으로 이전했다.

산림청, 특허청, 조달청, 병무청, 문화재청 등 외청이던 중기청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중요성이 인정되며 부처로 승격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되었다. 기관의 격이 상승한 것이다.

시민의 인식은 딱 여기까지이다. 외청의 중요성이 인정돼 차관급 기관에서 장관급 기관으로 승격됐다는 사실. 그러나 공무원은 생각이 다르다. 장관급 기관이 됐으니 그에 맞는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즉, 차관급 외청이 모여있는 정부대전청사에 장관급 기관인 부처가 섞여 있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에게는 별 의미 없는 사실일지 몰라도 공무원 조직에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공무원 집단은 관료주의 사고로 똘똘 뭉쳐있다. 무슨 일을 하든 ‘누가 높고 누가 낮은 사람인지, 어느 기관의 격이 더 높고 낮은지’ 등을 염두에 둔다. 염두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집착한다.

일반 시민들은 그러한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시민의 눈으로 볼 때는 다 같은 공무원인데 부처 급은 뭐고 외청 급은 뭐냐는 것이다. 그게 뭘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합리적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무원은 명분상 부처가 됐으니 세종청사로 옮겨가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시민은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 기관이 대전과 세종으로 이전한 것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무관하게 기관의 격이 달라졌다고 해서 기관이 이전하는 것을 시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양 도시는 30~4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데, 굳이 옮겨가야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아 재테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몰아붙이고 있다.

세상은 합리적인지 아닌지로 재단할 수 없는 일이 많다. 합리성보다 명분을 따라야 할 때도 많다. 그러나 중기부의 이전은 사실 명분도 약하다. 대전이 과밀해서 떠나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있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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