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6명 사인 분석 결과 백신과의 인과성 없다는데
접종 유보 의견 엇갈려 지역 의료계도 '혼선'
정부와 의사 간 의견 불일치에 진땀빼는 지자체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숨지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인(死因)과 백신 간 직접적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미덥지 못해하는 분위기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일부 지역 병·의원들이 접종을 잠정중단,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와중에 정부가 지자체 자체적인 독감백신 접종 유보는 안 된다고 못 박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지난 24일 오후 1시 기준 48명이다.

이날 예방접종전문위는 1차로 사망자 26명의 사인을 검토,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매우 낮다면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독감까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유했다. 앞서 정부는 연간 독감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명이며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후 7일 이내 사망한 노인이 1500여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역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전 A 병원 호흡기 내과 의사는 "실제로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받고도 며칠 뒤 숨진 사례는 계속 있어왔다. 고령층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지금 대전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만 43만 명이 넘는데 그중 사망자는 고령층 두 명이다. 이번 사례가 특별한 건 아니다. 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돼 보이는 것"이라며 "합병증 등을 고려했을 때 노인들은 반드시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접종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전 B 병원 관계자는 "원래 독감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열이 발생하거나 오한, 구토 등이 발생한다며 당연하게 넘어가는데 그게 아니다. 접종을 중단하는 게 맞다"며 "접종 실시 중지에 대해 진료 거부가 아니냐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벌써 사망자가 50명 가까이 된다. 진료 거부가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을 토대로 유보한 것 뿐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생각해서라도 지자체 차원에서의 접종 유보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타 시도의 경우 관내 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한 바 있으나 질병청이 공문을 통해 "향후 전체 국가 예방접종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대전 지역 일부 병·의원들이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 혹은 거부하면서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요구해 시의 입장도 난처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지자체의 단독적인 접종 유보 여부 결정을 막으려 하고 일부 지역 의료계 관계자들은 지자체 차원의 접종 중단이 맞다고 주장한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정부가 독감 백신 접종을 이어나가는 이유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건 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질병청과 의료계 간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