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 국정감사 언제까지…‘일하는 국회’ 표방 21대도 맹탕·방탄국감 여전

지난 23일 환경부 국정감사를 위해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철회하고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강일보 최일 기자] 1948년 제헌헌법에서 창안된 국정감사는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49년 처음 실시됐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을 제정하면서 폐지됐다가 1987년 민주항쟁으로 개헌이 이뤄지면서 16년 만인 1988년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국감의 권능으로 인해 주권자인 국민들은 대표자들인 국회의원을 통해 우리 정부가 얼마나 건전하게 운영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주적 기본적 질서를 지키고, 영토를 보위하며 국리민생(國利民生)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다.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감은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제도이지만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정쟁의 장, 권력 투쟁의 이전투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일하는 국회’를 기치로 출범한 21대 국회에선 쇄신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첫 국감이자 문재인정부 4년차 국감 역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7일 시작해 26일 사실상 막을 내리는(정보·여성가족·운영위원회는 내달 4일까지) 올 국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국감 부활 3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교통일위 국감이 국내에서만 진행됐고, 대전시와 세종시 등에 대한 현장국감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등 맥 빠진 국감이 됐다. 또 여당의 방탄국감, 야당의 맹탕국감이 됐고, 지역 현안은 묻혔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오는 2022년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와 민선 8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거대 양당의 신경전이 첨예하기 때문으로 북한군의 서해상 실종 공무원 사살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 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발 등을 놓고 여야의 뜨거운 공방만 부각됐고,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사실상 ‘추미애 청문회’, ‘윤석열 청문회’가 국감의 블랙홀이 됐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 김대인 공동단장은 “권력은 통제가 없으면 반드시 부패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모든 국가기관을 감사하는 국정감사의 의미는 막중하다. 그러므로 여당이라 해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권력(정부)을 제대로 감사해야 하고, 야당은 여당보다 더 엄중한 책임감과 전문성으로 무장해 사전 준비와 철저한 현장 점검을 거쳐 충실한 국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여당의 감싸기, 야당의 준비 부족이 많이 드러난 부실 국감이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한편, 국감 이틀째인 지난 8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안을 의결하는 쾌거가 있었지만, 이 틈을 타 정부대전청사에 자리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세종 이전을 위한 의향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 대전 정치권은 어수선한 정국에 휩싸였다. 또 재선 국회의원이고,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아산을)은 2017년에 이어 또다시 국감장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포착되며, 국민의 대표임을 망각한 몰지각한 행태라는 호된 질타를 받았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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