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희 보령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세계 스마트팜 시장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300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으로 선정해 생산과 유통시설을 집적화한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고 시설현대화를 추진하는 등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2022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기로 하고 경북, 전북 등 4곳을 지정한 바 있다.

올해 우리 농업은 코로나19로 이주노동자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유독 긴 장마와 집중호우, 연이은 태풍으로 또 한 번의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스마트팜이 이러한 문제의 해답이 될 순 없지만 대안은 될 수 있다.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신기술로 스마트팜이 대세이긴 하지만 당장 농업혁명이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고도화된 기술을 사용할 농업경영 주체형성이 문제다. 어떤 농업인이 스마트팜을 경영할 것인가? 막대한 투자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소비자에 대한 판로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기존 관행농가들과 어떤 차별화로 경쟁을 할 것인가?

스마트팜이 단순한 시설투자 일변도로 끝나서는 안된다. 스마트 제어, 스마트 센서, 모니터링 등 시설 업그레이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고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데이터를 활용한 유통관리 서비스, 유통시세 분석 등 판매 기획과 분석이 함께 이뤄져야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다. 농식품 가치사슬 내 다양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분석·활용해 생산성 제고, 부가가치 확대, 신시장 창출, 농업 외연 확장 등의 성과를 내야 한다.

보령시에서는 이와 관련 스마트팜의 점진적 확산과 데이터 기반의 농업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순환식 스마트팜 시설을 기관 내에 시범 설치해 재배 안정성을 검증하고 확대보급 부분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기존의 스마트팜 시설과 달리 움직이는 트레이를 통한 농작업으로 노동력 감소 및 동일면적 대비 최대 18배까지 재배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중기적으로는 시설원예 스마트팜 조성사업을 통해 보령지역의 특화작목과 시설 유형에 적합한 스마트팜 모델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설 내 환경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농가별 적합한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게 된다. 스마트팜을 더욱 안정적이며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운영기술을 지원해 보령형 스마트팜 농업기반 구축을 점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집중화된 스마트팜 작목육성으로 특화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해 스마트팜을 확장할 계획이다.

가속화된 디지털 변화는 우리의 농업을 빠르게 전개시키고 있다. 변화의 중심 속에서 스마트팜이 디지털 농업혁신이 되어 어려운 농업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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