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됐지만 100일 넘게 출범 못해
야당, 임정혁·이헌 변호사로 가닥
비토권 행사에 법 개정 여지 남아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속보>=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추천위원 명단의 윤곽이 나왔다. 지난 7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출범이 연기된 지 100일이 넘은 상황 속에서다. 과반의 의석수를 바탕으로 여당이 ‘법 개정’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야당은 여당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26일을 앞두고 추천위원을 내정했다. 그러나 야당의 추천위원 내정은 이제 첫 발을 뗀 것일 뿐, 출범까진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본보 22일자 6면 등 보도>

국민의힘이 내정한 공수처장 추천위원은 임정혁·이헌 변호사로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을 거친 공안통 법조인으로 2018년 일명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특별검사 최종 후보군에도 올랐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보수 성향 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은 여당 몫 2명, 야당 몫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7인으로 구성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에 줄곧 제동을 걸어 왔던 국민의힘이 마지 못해 추천위원을 선정하게 된 것은 공수처 출범을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을 야당의 추천위원 추천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을 시 단독으로 법 개정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공수처 출범이 기약없이 연기되자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야당의 추천위원 내정에도 여당 내에서 이 개정안 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구성 이후에도 여전히 공수처 추천위 운영 방식 등에 있어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은 SNS을 통해 “예상대로 공수처 출범 저지 2단계에 돌입한 것”이라며 “추천위는 구성하지만 여기에서 합법적으로 부결시키면서 무한정 시간 끌기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공수처를 위헌기관으로 간주하는 인사 추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 출범의 당위성은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맞물려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사건 관련 로비 의혹 대상이 정·관계, 특히 검찰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최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3.6%, ‘공수처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는 응답은 38.9%로 집계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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