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가진종합건설㈜ 대표
부동산학 박사

 

최근 어처구니가 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다. 전세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제비뽑기까지 하여 보금자리를 구하는 전세대란은 요즘의 현실이며 집이 없는 도시 서민들에게는 고단한 이사철이고, 치솟는 전세 값이 원망의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올 가을의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사실 전세대란은 군사기밀작전을 하듯 전격적으로 시행한 7월말~8월초부터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이미 예상되었는지도 모른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세 값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가격상한을 제시하는 것이며,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세세입자에게 현행 2년에다 2년을 더 전세 살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임대차3법’은 기존 세입자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되고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최대 4년까지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취지는 좋으나 양면성이 있다. 임대인은 4년 동안 전세 값이 5% 이내로 동결되기 때문에 처음 놓을 때 전세 값을 가능한 많이 받으려고 한다. 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물량은 줄어든다. 전세를 새로 얻으려는 사람들은 줄어든 물량이 급격히 오른 전세 값을 마련하느라 고통을 겪는다. 수요는 가격에 반비례하고 공급은 가격에 비례하므로 전세 수요량은 가격이 떨어지면 늘어나고 전세 량이 감소하면 전세 값이 오르는 부동산 시장의 기본적인 순리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2020년도 하반기 주택경기 전망을 보면 '매매가격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여 0.1% 상승(연간 2.1%)할 것으로 보이며, 전세가격은 반대로 하반기에 더 크게 상승해 1.5% 상승(연간 2.6%)할 전망이고, 하반기 매매가는 전국적인 상고하저의 대세 속에서 수도권(0.3%, 연 3.4%)과 지방(-0.1%, 연 0.8%)의 방향이 서로 상이할 것으로 전망되며 하반기 전세가는 매물의 감소가 예상되나 수요는 시장에 잔존해 대체로 임대인 우위시장이 형성되며 1.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그 외 임대차 3법 등을 고려하면 전세가격은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 하반기에는 실수요자 시장인 임차시장의 과열이 우려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요량과 공급량이 만나는 수준에서 전세 값이 결정되고 수요량과 공급량이 균형을 이룬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전세 값이 오르겠지만, 전세 값이 오르면 전세공급이 늘어나 원래 전세 값 수준에서 안정된다. 가격은 그대로이고 공급량이 늘어나 균형을 이룬다. 다만 새로운 균형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전세 임대업자와 부동산소개업자와의 담합 같은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오른 전세 값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전세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세 값을 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상한선을 정하면 수요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수요가 많아지더라도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전세공급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전세를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 필요를 느끼게 된다. 예상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제도 시행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의도는 좋은데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는데 일자리가 줄어들어 저소득층의 삶이 더 힘들어지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산업의 주춧돌인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황처럼 세입자들을 위해 임대차 3법을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에게 가중되는 전세난과 치솟는 전세가는 누구를 위한 행진곡인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우려를 표명한 것처럼 '임대차 3법 등을 고려하면 전세가격은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고 하반기에는 실수요자 시장인 임차시장의 과열이 우려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새겨보며 이젠 부동산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세제도의 문제점인 전세자금 대출인 갭 투자의 온상과 합리적인 월세제도의 지원정책 등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임대차 3법의 정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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