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갑자기 가슴이 넓어진다
몸의 흐름이 잠을 자듯 한다
바람도 여유가 있구나
드디어 하늘이 보이고
갈매기의 감칠맛 나는 비행이
햇살을 잘게 부순다
잔물결 틈으로 보이는
강과 바다의 해후
끝없는 포옹이 계속되고
비릿한 듯 짠 냄새인 듯
금강 하구의 야릇한 바람이
온 몸을 휘 감는다
 

물길도 흘러가 하구에 닿으면 한결 온순해지는 법. 결국 자기를 넘어서 모든 게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고진감래라고 했지. 시련을 딛고 도달한 하구에서 강은 또 하나의 자기를 발견하는 것. 세상 모든 이치가 다 그렇다. 하여 생의 이법을 깨닫고자 하거든 금강 하구로 가라. 거기에 갈 땐 어깨에 진 모든 것들 내려놓고 가라. 어깨춤 더덩실 달려 그곳에 닿으면. 그 즉시 그대 가슴은 넓어질 것이다. 드디어 그곳에서 맑게 트인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닿아 좌우 둘러볼 여유 생기거든 잘 보라. 갈매기의 감칠 맛 나는 비행. 갈매기들 날개 짓이 햇살 잘게 부수어 강엔 더 큰 평화가 흐른다. 그러나 강은 스스로 비워야 바다로 거듭나는 것. 강이 강을 고집하면 벽에 갇히고 마는 법이다. 하여 강과 바다가 만나는 뜨거운 포옹. 강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강은 열리는 것이다. 금강을 넘어 서해로. 서해를 넘어서 태평양으로. 강이 이루는 이 거대한 역사. 가을이 와서 온산 붉게 물든 낙엽 빛은 끝내 바다에 닿지 못한 나무들의 애절한 표현이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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