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중고거래 앱에서 마약류 의약품 거래 사례 다수
환각·중독성 등 부작용 우려 "정부 차원 대책 세워야"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 대전 서구에 사는 양 모 씨는 얼마 전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했다. 그는 “위법성은 생각지도 못 했다. 부작용 역시 블로그 리뷰만 보면 금방 성분을 알 수 있는 거니까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여겼다”며 "이렇게 사는 편이 제일 싸고 또 중고라고는 해도 연고처럼 쓰다 만 게 아니라 캡슐로 들어 있는 거라 위생적인 부분만 괜찮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해했다.

일부 전문의약품이 온라인이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유통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양 씨가 구입한 졸피뎀 등 마약 대체제로 쓰이기도 하는 향정신성전문의약품 역시 거래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제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온라인 의약품 불법 판매 적발실적에 따르면 의약품의 중고 유통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013년도 1만 665건에서 2017년도 2만 4955건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들어선 9월 현재 2만 1596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테로이드제의 불법 판매 광고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스테로이드제의 경우 2018년도 600건에서 4975건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낙태유도제다. 낙태유도제의 경우 2016년 193건으로 전체의 0.8%였으나 2017년에는 1144건으로 6배가량 급증, 4.6%로 늘어났으며 특히 올해 9월까지 이미 1984건이 적발돼 9.2%로 증가했다. 해당 의약품뿐만 아니라 전문의약품으로 언급되는 약품들인 배란유도제, 유방암 치료제 등은 약리작용의 위험성이나 용법, 용량에 대한 전문지식의 필요에 따라 의사의 진단과 지시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다.

양 씨가 산 수면유도제(졸피뎀)나 가장 빈번하게 판매되고 있는 다이어트용 식욕억제제(펜터민, 마진돌, 펜디메트라진, 펜플루라민), 그리고 불안·우울증치료제(알프라졸람)까지 전부 판매 및 구입 시 마약류관리법 위반행위로 마약소지죄와 같은 중범죄로 분류된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해당 약물들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법행위는 차치하고서라도 중독성이 강한 약물들이라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까지 도달할 수 있어서다.

대전 A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졸피뎀과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은 환각·각성 및 습관성·중독성이 있는 의약품에 속해 정부 관리 대상이다.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과 복약 지도 등이 없이 불법 거래를 통해 개인적인 기준으로 복용하게 될 경우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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