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과 사전 교감 속 추진 의혹…뒤통수 맞은 대전 정·관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30일 허태정 대전시장은 중기부를 방문, 박 장관에게 대전 잔류를 간곡히 요청한 바 있다. 대전시 제공

[금강일보 최일 기자] 정부대전청사에 자리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 이전의 명분으로 관계 부처들과의 소통·협업 강화와 함께 ‘행정수도 완성’을 내세우는 반면 대전지역 정·관계는 “국가균형발전에 정면 배치된다”며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중기부 세종 이전을 염두에 두고 대전 혁신도시를 지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16일 행정안전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데 대해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 건설 취지에 역행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허태정 시장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30일 박 장관을 면담, 대전 잔류를 간곡히 요청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허 시장은 “신임 장관이 취임할 때마다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한다는 얘기가 돈다. 꼭 대전에 잔류해야 한다”며 1998년 정부과천청사에서 대전청사로 이전해 온 중기부(1996년 산업자원부의 외청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청이 2017년 7월 부로 승격)는 20여 년간 대전과 함께 국가 발전을 견인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간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설치 목적에 맞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허 시장은 세종시 건설과 정부대전청사가 소재한다는 이유로 대전이 혁신도시 대상에서 제외돼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인재 채용에서 역차별을 받아온 점도 중기부 대전 잔류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세종 이전설이 불거질 때마다 “결정된 게 없다”라고 했던 중기부는 지난 8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대전 혁신도시 지정안을 의결하자마자 부담감에서 벗어났다는 듯 ‘연막작전’을 거두고 이전을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전은 혁신도시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 정책적으로 맞다”, “대전이 혁신도시라는 큰 그릇을 만드는 데 중기부와 협력해 윈윈을 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대전 혁신도시 지정과 중기부 세종 이전을 놓고 모종의 ‘딜’(거래)이 이뤄졌거나, 정부가 대전시에는 함구한 채 혁신도시 지정의 반대급부로 중기부 이전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집권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으로선 ‘우군’으로부터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모양새가 된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8일 시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균형발전업무를 담당하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이 지난 8월 혁신도시 지정과 중기부 이전을 연계해 정책 결정에 협력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밝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속에 중기부 세종 이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서 부시장은 “자치발전비서관이 혁신도시 지정이 어려운 문제인데 노력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기부 이전에 대해 정부 결정에 따라줬으면 하는 뉘앙스로 얘기해 두 사안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연계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개된 상황대로라면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식으로 두 사안을 결부시켜 주고 뺏는 제로섬 게임을 한 셈이 된다.

최 일·김현호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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