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

“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았는데도 외국처럼 보상받을 수 없나요?” 이 질문은 우리가 진행했던 ‘경제교실’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질문이다. 우리도 외국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피해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 사회적으로 퍼지며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징벌적 손해배상제도·증거개시제도 등 ‘소비자권익 3법’의 입법 촉구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이 한둘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금융회사를 포함한 인터넷 포털의 개인정보 유출사고, 동양증권·옵티머스·라임 등 대규모 금융피해 사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던 BMW 차량 화재사고,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라돈 침대 사건, 발암물질이 포함된 생리대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규명과 피해구제,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문제가 됐던 폭스바겐은 같은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마련된 미국에서는 재판 전에 17조 원의 비용을 들여 피해 배상에 나서면서도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이와 동등한 배상을 하지 않았다.

기업으로서 이윤 추구는 당연한 논리이다 보니 제품의 문제가 있더라도 그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피해 보상에 드는 비용이 적으면 기업은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해결 방안을 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 안전과 관련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에게 검증된 물건을 공급하는 데 1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그것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억 원이라면 기업은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이 도입돼 있다면 피해액의 10배, 20배에 달하는 손해배상과 피해구제 조치가 이뤄진다면 기업은 당연히 책임성을 갖고 제품의 안전검증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들의 이윤 추구에 매몰돼 수많은 소비자가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고 평생 모은 재산들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기업활동 위축만을 내세우는 기업 중심의 사고에 젖어 이를 외면하고 있다.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 개인의 재산상 피해를 주지 않고서는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그런 와중에 수많은 국민적 피해가 발생함에도 기업·정치권·관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입법 논의를 해온 소비자권익 3법 입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회의 책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지켜주며 스스로 책임을 다할 때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진정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