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적 특색이 빚은 서글픈 현실
시민단체 “똘똘 뭉쳐 대전 지역색 보여 줘야”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속보>=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행보에 대해 지역 관가와 정가 등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작 대전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이겠지만 이 같은 일이 영남이나 호남에서 벌어졌으면 어떤 일이 불거질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일각에선 이를 옅은 지역색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충청도 양반기질이 썩 불편하게 작용하면서 대전 등 지자체들은 늘 소외론에 휩싸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전 민심’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호소가 짙은 이유다. <본보 29일자 1면 등 보도>▶관련 기사 7면

중기부의 세종 이전은 점차 가시화되는 중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전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고 정부 역시 크게 부정하지 않는 모습에서다. 관가는 지속해서 목청껏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이 한 목소리를 냈다. 허 시장은 입장문을 통해 “150만 대전시민과 함께 중기부의 세종 이전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결의를 표했고 5개 구청장 역시 29일 중기부 이전 계획 철회 촉구 성명문을 발표했다. 특히 중기부가 위치한 정부대전청사를 지역에 둔 서구가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는 중으로 장종태 청장은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지역 정가도 초당적으로 발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공공기관 이전 결정권을 가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중기부의 세종 이전에 따른 피해를 설명했고 국민의힘 대전시당 역시 성명을 통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응도 같은 색이다.

이처럼 관가와 정가를 중심으로 중기부 세종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시민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이 지역경제를 침체시키고 장기적으론 지역발전을 저해해 오롯이 그 피해가 자신들에게 돌아가는데도 말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유사한 일이 빚어졌을 때 지역 민심이 얼마나 들끓었는지를 들여다보면 대전시민들의 지나친 차분함이 읽혀진다. 실제 경기 안산에서 부산으로 이전이 계획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두고 과거 안산에서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자 부산에선 시민을 중심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영·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민심으로 인해 그동안 홀대를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29일 관보에 고시된 혁신도시만 봐도 지금까지 대전은 충남과 함께 균형발전이란 명목의 공공기관 이전 떡을 바라보며 대전시와 충남도를 제외한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누리는 다양한 혜택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중기부 세종 이전안을 철회하기 위해 지역색이 옅은 대전은 어느 때보다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순간이다. 이를 기회로 대전시민들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중기부가 대전시민에게 생소한 기관이다 보니 비교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은 대전이 세종에게 느끼는 박탈감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다. 시민께서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라고 말했고 대전경제살리기시민운동본부 관계자도 “명분 없는 중기부 이전을 시민의 힘을 모아 철회시킨다면 지역색이 옅다는 편견도 없앨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의 결속력이 타 지역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현호·신익규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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