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아닌 대학 주도로 3년째 열려
동구 문화유산 재조명 작업으로
인문학적 가치 재인식 성과 불구
일시적 사업 탈피는 과제로 남아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지난 26일 개막한 열다섯 번째 인문주간이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토론회·강연·대담·전시·답사 등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인 인문주간은 지역에서도 3년차를 맞아 알찬 성과와 과제를 제시하며 ‘인문도시 대전’의 기틀을 완성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인문학을 본래 지식과 교양을 얻는 도구로만 인식해왔으나 요즘은 문학과 역사, 철학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숙고하게 해주는 존재로 그 격(格)이 한층 높아졌다. 또 인문학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문명과 지역사회가 직면한 공동체 문화의 붕괴와 실존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피폐해진 우리네 삶을 치유하고 회복하고자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 부흥 움직임을 꾀하고 있는 이유인 것인데 인문주간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올해 인문주간은 ‘코로나 시대, 인문학의 길-함께·새롭게·깊게’를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내달 1일까지 운영되고 있다. 인문도시사업단, 인문한국·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등 전국 27개 기관에서 실시 중인 인문주간은 대전에선 ‘3快한 인문도시 樂! 대전 동구를 디자인하다’를 타이틀로 대전대(총장 이종서) 인문도시사업단 주관 하에 진행되고 있다.

대전 인문주간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박종덕 나눔누리 국어연구소 대표의 인문학 강연(27·29일)과 정진호 다큐멘터리 PD와 함께한 골령골이야기 토크쇼(28일)로 반환점을 돌아 대청호 500리길 탐방과 우암문화제(30일) 체험, 마술 인문학 콘서트(31일)까지 지역의 현황과 역사, 인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나를 둘러싼 공동체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들로 꽉 채워져 있다.

인문주간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관(官)보다는 대학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전의 경우 3년 째 대전대 인문도시사업단이 사업을 수행 중인데 지역 안에서도 동구에 초점을 맞춰 역사와 문화를 융합, 상생의 인문학적 자산으로 활용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크게 강연과 체험, 탐방 등으로 이뤄지는 대전 인문주간은 그간 나름의 결실도 거뒀다.

송기한 인문도시사업단장(국어국문창작학전공 교수)은 “인문주간은 인문 자산으로 대외관계를 어떻게 대처할 지를 구상해보고 체험과 탐방을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재조명해봄으로써 인문학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기회”라며 “대전은 과학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송시열로 대표되는 중화사상의 중심도시이자 정신적 중추”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과성 사업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항구적인 사업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은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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