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정비소 “재고 떨어져 매출 피해 현실화”
금속노조 “원청 가이드라인 탓에 임금협상 결렬”

충북 오창에 있는 현대모비스 충청사업소에 대리점에 나가야 할 부품이 적재돼 있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속보>=현대모비스 하도급 물류창고사의 임단협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지난달 5일부터 이어진 파업이 어느새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존 재고로 버텼지만 현대·기아차 정품부품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자 대리점·정비소·소비자 모두 실질적인 피해에 돌입한 상황이다. <본보 10월 22일자 1면 보도>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월 협력물류사 동원로엑스에 하도급 물류계약을 맺었다. 이전에는 수출과 내수를 모두 담당하는 아산·울산물류센터와 전국사업소를 업체별로 분산해 맡겼으나 물류효율을 위해 동원로엑스에 총괄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협력업체가 달라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던 임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졌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이재진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물류센터가 있는 아산·울산은 기본급이 20만 원가량 높은 반면 충성사업소를 비롯한 각 사업소의 임단협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일임금엔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노조원들은 임금 차등이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며 “아산·울산물류센터도 다른 현대차 협력업체보다는 낮은 수준이라서 최근에야 임단협 합의를 마친 상황이다”라고 현행 임금 체계를 비판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하루 4~7시간가량의 공급 중단 파업을 지난 5일부터 한달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충남의 한 기아차 부품대리점 대표는 “지난달엔 모듈처럼 교체 수요가 적은 부품에서 공급이 2~3일 늦어졌으나 지난달 23일부터는 부품이 거의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현대모비스 품목지원센터서 일부 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나 50%는 동원로엑스가 담당하는 충청사업소 물량이라서 매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 직영정비소인 대전 유성의 한 블루핸즈 정비사는 “처음에는 곧 파업이 끝날 줄 알았는데 한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곧바로 정비가 불가능한 품목이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차량 운행이 줄어 정비 수요도 줄어든 만큼 상생의 관점에서 임단협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찬가지로 피해를 보고 소비자들은 정비 불만을 넘어 현대차그룹에 대한 신뢰 하락까지 느끼고 있다. 매년 완성차 노조의 파업에 이어 올해 하도급 물류창고사의 파업까지 마주해서다. 기아차를 운행하는 성 모(38·세종시) 씨는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차그룹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은 가성비 측면도 있지만 국산차를 애용해야 한다는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감염 위기로 인한 공급 차질은 이해할 수 있으나 회사 내부 문제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금속노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임단협 파행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양재동 가이드라인’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를 기준으로 계열사마다 서열화된 임금 가이드라인을 물밑에서 강요하고 있어 동원로엑스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제공해야 함에도 가이드라인을 맞추느라 임금 차등을 고수하고 있다는 거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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