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지배자들 1 우당탕탕, 공룡이 온다/고종과 아관파천: 이희, 러시아공사관에서 375일/홍대용과 항주의 세 선비… 외 63권

▲ 지구의 지배자들 1 : 우당탕탕, 공룡이 온다 = 아비 하워드 지음, 김은영 옮김.

중생대, 고생대, 신생대를 여행하며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총 3권으로 구성된 과학 학습 만화다. 5학년 여자아이인 로니와 이웃에 사는 고생물학자 러닌의 ‘시간 여행’을 통해 무려 5억 년이 넘는 긴 시간을 실감나고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조금 복잡한 학명이나 진화 관련 과학 용어 역시 러닌이 들려주는 생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친절한 설명과 엉뚱하고 귀여운 로니의 질문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5억 년에 걸쳐 이어지는 ‘지구의 지배자들’ 이야기는 ‘진화생물학을 공부한 만화가’ 아비 하워드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그는 둥글둥글 귀여우면서도 철저하게 고증을 거친 그림 속에 지금으로부터 약 5억 800만 년 전인 캄브리아기 중기부터 20만 년 전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까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를 종횡무진 누빈 온갖 생물의 실제 모습을 고루 담아냈다.

아비 하워드는 맥길대학교에서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전업 만화 작가다. 공룡, 공포물, 사랑스러운 반려 고양이 ‘스푼’을 사랑한다. 만화라는 존재를 처음 안 이후로 만화를 그려 왔고, 그 결과물을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전업으로 이어졌다. 

1만2500원. 132쪽. 매직사이언스

▲ 고종과 아관파천: 이희, 러시아공사관에서 375일 = 김영수 지음.

아관파천을 주도 또는 반대했거나 관망한 인물들을 통해 당시 사건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은 1896년 2월 11일부터 1897년 2월 20일까지 친러 세력에 의해 고종과 세자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 거처한 사건을 말한다.

저자는 아관파천을 결정한 고종의 국정운영과 대외정책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고종의 러시아공사관에서의 375일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인물을 통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책은 프롤로그, 1부 1896년 2월 러시아공사관으로의 파천, 2부 1897년 2월 고종의 환궁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겸 교육연수원 교수로 있다.

역사공간. 304쪽. 1만6000원. 

▲ 홍대용과 항주의 세 선비 = 김명호 지음.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은 6개월간 청의 수도인 연경(燕京, 지금의 베이징)을 여행한 후 그의 경험을 ‘연기’, ‘간정필담’, ‘을병연행록’에 담아낸 인물이다. 그는 이들 여행기를 통해 당시 청나라의 발전상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저자는 3부작 여행기 중 ‘간정필담’ 속에 기록된 항저우 출신 엘리트 지식인 육비, 반정균, 엄성 등 세 선비와의 교유와 필담에 관해 다룬다.

육비와의 양명학 토론, 엄성과의 주자학 토론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주자의 시경학에 대한 세 선비의 비판과 홍대용의 옹호, 주자의 주역관에 대한 견해 등을 정리했다. 세 선비의 가계와 인맥, 스승, 학문의 연원 등도 정리했다.

돌베개. 864쪽. 4만5000원. 

▲ 몽골제국 = 모리스 로사비 지음. 권용철 옮김.

미국 뉴욕시립대학 모리스 로사비 역사학과 교수가 몽골제국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유목민의 삶, 칭기즈 칸과 제국의 등장, 제국의 팽창과 세계 지배, 동서 교류의 확장, 제국의 쇠퇴 등 몽골제국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제국 영역의 모든 곳에서 몽골족은 무기, 전략, 전술, 군사 조직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팍스 몽골리카’는 유럽과 동아시아의 직접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형성했다"고 강조한다.

한편 저자는 몽골족이 정복 원정에 나섰던 이유가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만, 그들이 노렸던 지역을 황폐화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교유서가. 232쪽. 1만3800원. 

▲ 사회적 체계들 = 니클라스 루만 지음. 이철·박여성 옮김. 노진철 감수.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 사회학적 체계이론을 바탕으로 사회학 이론의 과학화를 시도한 책이다.

그는 사회학의 복잡한 개념과 상호의존성을 일반적인 언어로 서술한다. 기존 사회적 전통을 다루면서도 사이버네틱스, 생물학, 소통이론, 진화론 등에서 나온 수많은 개념을 함께 기술했다.

저자는 이런 다양한 개념을 조합하려는 시도가 현대사회를 분석하고 이론화하는 기초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보다 더 단순한 수단으로는 오늘의 사회체계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길사. 928쪽. 5만8000원. 

▲ 계몽, 혁명, 낭만주의 = 프레더릭 바이저 지음. 심철민 옮김.

독일 관념론 및 철학사의 권위자로 알려진 프레더릭 바이저 미국 시러큐스대학 철학과 교수가 근대 독일 정치사상의 기원을 고찰했다.

책은 1790년대 주요 정치사상가들과 그들이 펼친 운동들을 통해 독일 정치사상 전통의 기원과 맥락을 규정하고, 근본적인 정치적 이상을 분석한다.

1부에서는 자유주의 입장에서 칸트, 피히테, 실러 등의 정치사상을, 2부에서는 낭만주의 입장에서 헤르더, 슐레겔 등의 정치사상을, 3부에서는 보수주의 입장에서 뫼저, 레베르크, 겐츠 등의 정치사상을 각각 고찰한다.

도서출판b. 652쪽. 3만원. 

▲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지난해 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소설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상을 함께 받은 저자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부커상을 처음 받은 흑인 여성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인 동시에 영국 내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세계 32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멸시와 차별에 고통받았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페미니즘 소설이다.

기득권이었던 백인 남성에 의해 억압당하는 여성 열두 명의 모습을 그린다. 투쟁하는 여성, 성공한 듯 보이지만 상처를 감춘 여성,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한 여성, 레즈비언 등 다양한 성격과 사연의 흑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마이너리티 또는 비주류로 규정되는 이들의 삶을 통해 작가는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당당하다고 말한다.

1959년 런던에서 태어난 에바리스토는 소설, 시, 희곡, 비평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문학적 재능을 드러내면서 2004년 왕립문학회원, 2006년 왕립예술회원으로 선출됐으며, 2009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비채. 636쪽. 1만7800원. 

▲ 오늘 하루만이라도 = 황동규 지음

64년 시력이 켜켜이 쌓인 황동규의 17번째 시집이다.

4년 만에 새로 엮어낸 시집에는 78편의 시와 산문 두 편을 수록했다.

일상 속 생명의 작은 기운도 포착해내는 노시인의 눈과 손이 서정적인 음률을 지휘하며 사계절과 자연, 사람을 노래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집 8층까지 오르는 층계 일곱을/ 라벨의 ‘볼레로’가 악기 바꿔가며 반복을 춤추게 하듯/ 한 층은 활기차게 한 층은 살금살금, 한 층은 숨죽이고 한 층은 흥얼흥얼/ 발걸음 바꿔가며 올라가보자.(시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부)

황동규는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수학했다.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꽃의 고요’, ‘연옥의 봄’ 등 다수 시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받았다.

문학과지성사. 162쪽. 9000원. 

▲ 짝꿍 : 듀나×이산화 = 듀나·이산화 지음

공상과학소설(SF)을 쓰는 중견 작가와 신예가 협주한 책이다.

SF 문학의 토양이 척박했던 1990년대부터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듀나와 그의 글을 읽으며 성장해 2010년대에 데뷔한 이산화가 만났다.

듀나가 쓴 단편 ‘불가사리를 위하여’, ‘사라지는 미로 속 짐승들’과 이산화의 단편 ‘어른벌레’가 실렸다.

소멸하는 우주, 스스로 진화하는 기계, 지하에 숨겨진 고대 유적의 비밀 등에 얽힌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전가옥. 148쪽. 1만원. 

▲ 조용한 희망 = 스테퍼니 랜드 지음. 구계원 옮김.

작가를 꿈꾸던 저자의 삶은 짧은 연애가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지면서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남자친구의 학대에 딸과 함께 집을 나온 저자는 노숙인 쉼터를 거쳐 저소득층 임대주택에서 살게 된다.

싱글맘인 저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조용한 희망’인 작가가 되기 위해 6년 동안 가사도우미로 일한 끝에 대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를 돌보며 청소 일을 하고 대학 공부까지 해내야 하는 삶은 매일 투쟁과 같았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타임스 등에 청소노동자와 관련한 칼럼을 기고하며 저소득층 여성의 생활을 예리하게 파헤친 글로 반향을 일으킨다.

싱글맘이 작가가 되기까지 분투를 담은 이 책은 미국 사회의 계층 격차와 차별, 저소득층이 겪는 빈곤의 악순환, 사회복지의 사각지대 등의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저자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외상, 가난과 싱글맘에 대한 편견에 끊임없이 싸워내는 과정도 담겼다.

문학동네. 412쪽. 1만6000원.

▲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 궈징 지음. 우디 옮김.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올해 1월 23일부터 39일 동안 저자가 봉쇄된 중국 우한에서 SNS에 올린 일기 모음이다.

1인 가구주인 저자는 사회적 자원이 전무한 극도로 고립된 상황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고립감을 이겨내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밤 친구들과 화상 채팅을 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매 끼니를 챙겨 먹었다. 틈틈이 산책하러 나가서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결 지점을 만들고, 봉쇄된 도시에서 관찰한 일들을 기록했다. SNS에 올린 그의 일기는 200만 회에 이르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세계 여러 언론에 소개돼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알리고 연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원더박스. 326쪽. 1만6500원.

▲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 김예빈 외 20명 지음.

학교를 떠나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21명이 쓴 책. 교육기획 언니네책방이 기획한 ‘책방 다녀오겠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쓴 글 가운데 30편을 모았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걱정과 고민,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겪은 일, 학교를 그만둔 뒤 생활과 앞으로의 자기 모습, 내가 바라는 학교 등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의 목소리와 용기를 볼 수 있다.

보리. 144쪽. 1만1000원.

▲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김은섭 지음.

대장암 발병 후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5단계 감정을 거치며 얻은 간절했던 말을 담은 책.

저자는 불행에 함몰되거나 객관성을 읽지 않기 위해 책을 펼쳤다. 당장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상태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암중모색’을 그는 독서로 실천했다.

한 달에 20여 권의 책을 읽는 온라인 서평가인 저자가 암 환자가 된 후 선택한 책은 그냥 책이 아니었다고 한다. 책은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까’, 그리고 ‘어떻게 죽을까’ 등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나무발전소. 240쪽. 1만4000원.

▲ 우리가 날씨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방대한 최신 자료를 근거로 소설가가 쓴 기후변화 에세이. 저자는 ‘왜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탐구한다.

책은 저자의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난다. 할머니는 스물두 살에 나치를 피해 부모님과 형제, 친구를 두고 폴란드의 고향 마을을 떠났다. 결국 남은 가족들은 몰살당했고, 할머니는 살아남았다. 모두 나치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할머니만 행동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생활방식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무언가를 실천해야 할 만큼 위기의 실체를 느끼지는 못한다.

저자는 진짜 전 지구적 위기는 ‘고정된 무관심 편향’이라며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파도타기’라고 강조한다. 사회의 변화는 파도타기처럼 동시에 일어나 연쇄반응으로 시작됐고, 누구 한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해낸 일이었다는 것이다.

민음사. 332쪽. 1만6000원.

▲ 기후정의선언 = 우리 모두의 일 지음. 이세진 옮김.

기후 대책을 세우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프랑스 환경단체 ‘우리 모두의 일’이 기후 위기의 주범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 변화를 끌어내고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선언문.

선언문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이 책은 기후 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 문제와 맞닿은 불평등과 정의, 인권의 문제까지 성찰한다. 전 세계 시민들의 법정 투쟁을 추적하며 지구온난화를 공모한 모든 권력의 책임을 규탄한다.

마농지. 92쪽. 1만원.

▲ 생명을 보는 마음 = 김성호 지음.

‘새 아빠’로도 불리는 생명과학자이자 김성호가 자연과 함께한 60여 년의 삶을 기록한 책. 저자도 자연과 함께하고 관찰한 자신의 온 삶을 이 책에 모두 쏟아부었다고 고백한다.

동물에 대한 마음은 10개의 장에, 식물에 대한 마음은 4개의 장에, 작은 것들에 대한 마음은 3개의 장에 나눠 펼친다. 때론 학문으로 접한 내용을, 때론 개인의 연구 결과를, 때론 관찰 기록을 갖고 이들 생명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자신 안에 이미 있던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을 새로이 만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생명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책이 아니라 생명과 자연에 공감하게 만드는 통로다.

풀빛. 336쪽. 2만2000원.

▲ 신분피라미드사회 = 하승우 지음.

우리나라는 격차사회다. 지역간 격차가 벌어지고 계층간 거리도 갈수록 멀어져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집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격차. 이는 빈부 격차가 야기한 현상이자 결과라고 하겠다.

‘기회균등의 사다리’로 여겨졌던 교육마저 ‘신분세습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불평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민주화 이후에도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커져가는 이유는 대체 뭘까?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신분피라미드사회”라고 규정한 뒤 “기존의 기득권 구조가 낳은 격차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분피라미드’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능력주의’로 포장된 신분피라미드 그 자체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거듭 역설한다.

이상북스. 216쪽. 1만5000원.

▲ 진실의 흑역사 =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진실과 거짓 중에 거짓 쪽으로 쉽게 흔들리고 마는 인간의 속성을 파헤친다. 전작 ‘인간의 흑역사’가 인류가 겪은 ‘실패’의 역사를 탐구했다면, 이 책은 ‘팩트’에 천착해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살핀다.

우리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왜 진실보다 거짓 정보에 더 잘 휘둘리고, 심지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돼도 곧이 인정하지 않는 걸까?

책은 일상 속 거짓부터 정치, 사회, 기업, 의료, 언론의 거짓까지 대표적 역사 속 사건을 통해 숨은 의미를 통찰하고 우리가 진실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월북. 300쪽. 1만5800원. 

▲ 대학 언론, 두 세기의 대화 = 연세춘추동인회 지음.

한국 대학신문의 효시인 ‘연세춘추’는 1935년 9월 1일에 8쪽짜리 ‘연전타임즈’로 시작됐다. 그리고 1953년 ‘연희춘추’로 제호를 바꿔 재창간한 데 이어 1957년에 지금의 ‘연세춘추’로 다시 변경했다. 대학신문 사상 최초로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시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1950년대에 본격 태동한 대학 언론은 현대적 의미의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대안 언론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그동안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굴곡 깊었던 85년의 역사를 정리해 다룬 이 책은 특히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를 10년 단위로 세밀히 살펴간다. 이와 함께 21세기 대학언론이 나아갈 길도 좌담 등의 형식으로 담고 있다.

고즈넉이엔티. 244쪽. 2만원. 

▲ 권력의 배신 = 마이클 포터·캐서린 겔 지음. 박남규 옮김.

세계적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기업가 출신인 캐서린 겔이 기득권의 도구로 전락한 미국의 정당 민주주의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들은 “왜 정치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기만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경영학적 관점을 도입한다. ‘정치-산업, 유권자-소비자, 정당-기업’의 틀로 정치를 분석하는 ‘정치 산업’ 이론을 주장한 것이다.

저자들은 기존 경영학적 분석 도구를 활용해 정당이 장악한 정치 시스템의 진실을 밝힌다. 분석 결과 붕괴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의 정치는 ‘철저히 설계된 대로’ 순항 중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문제는 정치권력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는 데 있으며 이대로라면 기득권을 장악한 두 거대 정당만 승리하고 국민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매경출판. 292쪽. 1만6500원. 

▲ 관음신앙, 33개의 나침반 = 목경찬 지음.

대자대비(大慈大悲)를 서원으로 하는 관세음보살의 지혜를 전한다.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차이는 무엇인지, 관세음보살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관세음보살이 계시는 곳은 어디인지 등 저자는 불자와 일반 독자들의 궁금증을 경전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저자는 ‘교리 공부는 신행의 나침반’이라는 주장을 편다. 교리의 가르침이 이끄는 대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세음보살의 가피와 관음신앙에 대한 내면의 사유를 경험할 수 있다.

담앤북스. 276쪽. 1만4500원.

▲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 = 김형석 지음

100세 철학자 김형석이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하며 100년 후에도 희망이 되는 기독교가 되기 위한 3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그 길은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기독교, 민족에 희망을 주는 기독교, 예수의 뜻을 실천하는 기독교다.

저자는 기독교 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고칠 것이 있으면 개선하고, 회개할 것이 있으면 숨김없이 용서를 구하고 바로잡을 것이 있으면 과감히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다시 일깨우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난 저자는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서, 100세가 됐음에도 왕성한 집필활동, 강연, 방송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두란노. 224쪽. 1만2000원.

▲ 명상가 붓다의 삶 = 아날라요 비구 지음. 김종수 옮김

초기 불교를 연구한 수행자 아날라요 비구는 빠알리 경전과 한역 아함 경전 등에 나타난 사실을 근거로 명상가로서 붓다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춘다. 전체 24장으로 구분한 책에서 12장은 붓다가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기간을 다루고, 나머지 12장은 깨달음의 순간부터 마지막 명상까지 생애를 다룬다.

저자는 붓다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겪은 시행착오는 물론 명상 과정 중에 도달했던 체험과 그 의의를 짚는다. 그간 소홀히 취급됐던 깨달음 이후 붓다의 명상 수행에 관한 내용을 자세히 다룬다.

불광출판사. 416쪽. 2만2000원.

▲ 한국의 불교조각 = 김리나 지음.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불교조각을 도판 300여점과 함께 살펴보는 교양서이자 한국 불교조각 개론서다. 시대 배경 속 불상을 해석하는 것을 바탕으로 불상의 자세와 수인(手印), 옷 주름, 불상을 올려놓는 대좌, 광배, 장신구 등 세부적인 표현양식도 살피며 불교 조각의 시대적 변화상을 짚어낸다.

홍익대 미대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는 불교조각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국 고대 불교조각사 연구’, ‘한국 고대 불교조각 비교연구’ 등이 있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96쪽. 2만5000원. 

▲ 가해자들 = 정소현 지음

우리 거주 문화가 공동주택 위주로 바뀌면서 새롭게 생긴 갈등의 씨앗 ‘층간 소음’을 소재로 현대인의 내면에 서린 고통을 그려냈다.

평화로워 보이던 아파트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111호 여자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웃들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1111호 여자는 힘겹게 재혼했지만, 고부 갈등으로 마음속 병이 커져만 간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절친한 사이인 1211호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음은 여자를 더욱 지치게 한다. 결국 1111호 여자는 이웃과 계속 불화를 일으킨 끝에 시어머니와 남편, 아들까지 모두 떠나보내고, 결국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던 딸마저 잃는다.

1112호 여자는 언제부터인가 들리기 시작한 미세한 소음이 1111호에서 들려오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두 집은 충돌하고, 1112호 여자의 평온하던 일상도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고통의 시작은 어디일까?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독자들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섬?한 사실을 소설은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2008년 ‘양장 제본서 전기’로 등단한 정소현의 장편소설이다.

현대문학. 152쪽. 1만3000원.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이숲. 248쪽. 1만8000원.

▲ 애도의 문장들 = 김이경 지음.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육신의 숨이 끊어짐으로써, 또 한 번은 생전에 인연을 맺은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짐으로써 죽는 것이다.

육신이 시드는 과정은 누구나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기억에서 한 인간이 소멸하는 양식은 저마다 다르다. 추모가 고인의 공적 행적을 비추는 게 중심이라면, 애도는 사적 애틋함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 책은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문장을 모아 엮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죽음을 사유해온 철학자들이 남긴 단장들, 문인들의 시와 소설, 영화, 에세이 등에서 길어낸 글귀들이다.

서해문집. 314쪽. 1만4000원.

▲ 그럼에도 나는 아파트를 사기로 했다 = 박성혜 지음.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전세·매매가격이 급등하자 3040 무주택자들의 불안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아파트를 사야 하나? 부동산 초보자에게 비싼 재화인 내 집 마련은 높은 벽이다.

집으로 무허가 비닐하우스 15년살이에서 30억 자산을 이룬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건축·재개발, 청약, 매매로 아파트를 사는 방법을 일러준다. 또한 입지를 분석하며 향후 오를 지역과 아파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매경출판. 272쪽. 1만6500원.

▲ 모든 도시에는 그리스 신전이 있다 = 임석재 지음.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물 가운데 하나다. 덕수궁 석조전, 파리의 마들렌 성당, 미국 연방대법원 등 세계 각지의 유명 건물들은 이 신전의 외형을 빌렸고, 유네스코의 심벌마크에도 쓰였다.

서양 건축의 뿌리가 된 그리스 건축은 2000년 이상 도도히 이어졌다기보다는 18∼19세기에 새삼스럽게 재발견된 문명에 가깝다. 저자는 그리스 건축이 현대 도시 건축의 주류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18세기 유럽 낭만주의자들의 폐허낭만주의, 같은 시기 엔지니어들이 주도한 구조합리주의, 19세기 도시 건축가들의 이상(理想)도시 운동 등 세 가지 흐름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그리스 신전이 19세기 근대적 대도시에서 정신적 중심 공간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서울에도 이런 유럽의 도시 모델을 적용해 정신적 중심 공간은 어디인지, 시민들이 이런 곳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울엠플러스. 208쪽. 2만9000원.

▲ 백년식사 = 주영하 지음.

대한제국의 서양식 만찬부터 최근의 K-푸드에 이르기까지 지난 145년간 한국인이 영위해온 식생활의 세계사적 변화 양상을 담았다.

방대한 사료를 분석하고 인류학과 역사학, 사회학 등의 이론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음식문화의 역사를 이야기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도 ‘음식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한국 음식 이야기를 펼친다.

아울러 식량 주권이나 거대한 공장직 농수축산물 산업, 건강한 먹거리 등의 문제들을 짚어내며 인문학적 성찰의 계기도 제공한다.

휴머니스트. 352쪽. 2만원.

▲ 굴욕을 대하는 태도 = 공원국·박찬철 지음.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삶에도 굴욕의 순간들이 있었다. 태생적 신분의 한계에 부딪히거나 악당의 간악한 술수에 빠지는 등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일들을 겪는다.

책은 대조영부터 홍범도까지 위기의 시대를 살다 간 16명의 삶을 살펴 굴욕을 대하는 8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8가지 태도는 과감함, 불굴, 긍정, 인내, 신뢰, 인정, 애민, 확신 등이다.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은 나라를 잃은 민족의 서글픔에 굴복하지 않고, 새 나라를 세우는 과감한 판단으로 굴욕을 뛰어넘었다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위즈덤하우스. 312쪽. 1만6000원.

▲ 프랑스 왕실의 근친혼 이야기 = 김동섭 지음.

수원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카페 왕조가 시작된 987년부터 루이 16세가 대혁명 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1793년까지 800여 년간 이어진 프랑스 왕실 근친혼의 역사적·정치적 배경을 설명하며 사례를 짚어냈다.

책은 “근친혼으로 요절한 인물도 많다”며 “거의 4촌에 가까운 근친혼으로 태어난 발루아 왕조의 샤를 6세는 ‘광인왕’이라 불릴 정도로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근친혼으로 인한 어두운 면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근친혼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이지만, 근대 이전 유럽 왕가에서는 근친혼이 흔했다고 설명한다. 또 근친혼은 가문의 재산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었고, 유럽 각국의 이합집산과 전쟁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푸른역사. 336쪽. 1만8000원.

▲ 도시와 산책자 = 이창남 지음.

사람들은 도시를 걷기를 좋아한다. 도시 대로변을 걷고,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늘어선 가로수 길을 걷고, 공원과 골목길을 특별한 목적 없이 걷기도 한다.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등 산책자들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의 의미를 탐색한다.

책은 과거 지식인·예술가의 산책과 현대 일상인의 산책 또는 유목민적 삶에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물음으로써 오늘날 산책의 의미를 조명한다. 파리와 베를린, 경성, 동경의 산책자들도 유목과 정주의 꿈을 함께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사월의책. 376쪽. 2만원.

▲ 도시로 떠난 독일 역사 문화 산책 = 손선홍 지음.

외교관 출신인 저자가 2000년에 걸친 독일의 방대한 역사와 고유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도시 16곳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독일이 언어만 같았을 뿐 역사와 문화가 지역마다 다르게 발전됐다고 설명한다. 일찍부터 단일 왕조 아래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해온 프랑스나 영국과 다르기 때문에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대기식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독일 각 도시에 새겨진 문화·역사의 흔적을 더듬는다. 주요 통치자와 정치인의 생애, 성과 궁전, 박물관과 미술관 등도 소개한다.

푸른길. 440쪽. 2만6000원.

▲ 걸으면 해결된다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철학적 걷기 = 우석영·소병철 지음.

국내 철학자들이 쓴 걷기에 대한 인문서. 길의 경험과 역사, 걷기의 역사와 장르, 직립보행과 그 산물, 20세기 석유문명과 자동차, 걷기의 치유력, 무위의 경험, 걷기와 철학적으로 생각하기, 명상과 걷기, 패키지여행의 경험 등 걷기와 도보여행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걷기가 어떻게 인간의 모멸감과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고 자신력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지, 왜 걷기가 자기에 대한 앎과 철학적 사유와 창의성을 촉발하는지, 왜 걷기가 야외운동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삶의 실천인지를 탐구한다.

책은 걷기를 회복과 자활, 자기 강화의 기술이자 실천이며 세계와 우리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시간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산현재. 240쪽. 1만7000원.

▲ 전환시대 생존조건 = 권오문 지음.

전대미문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인간 본연의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은 없는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류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가 겹치면서 전에 없던 문명의 대전환을 목격하고 있다.

책은 ‘문명사적 격변기를 헤쳐나갈 새 가치관을 말한다!’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인류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비전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저자는 미증유의 전환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전면적인 변화가 절실하며, 특히 개발과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동의 원리로 삶의 방식을 개편하는 거대한 인식의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부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는 오늘날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외적 변화와 달리 인류가 직면한 철학의 부재, 이념의 굴레, 종교의 한계 등 내적 위기에 대해 짚어보고, 2부 ‘전환시대 새 길을 연다’에서는 인류가 위기에 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진단하며 그 처방을 제시한다.

브라운 힐. 254쪽. 1만4800원.

▲ 불온한 것들의 미학 = 이해완 지음.

서울대 미학과 이해완 교수의 첫 대중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미학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외면당해온 것들을 통해 미와 예술의 철학적 문제를 다룬다. 위작과 포르노그래피, 공포영화 등 예술 바깥에 있거나 경계에 있는 ‘B급’ 예술을 키워드로 예술의 본질과 정의, 표현과 재현, 의미의 해석, 미와 예술의 가치 등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미학을 ‘감성의 철학’이라고 부르며 이성이 포섭할 수 없는 스펙트럼에서 인간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감성이야말로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21세기북스. 320쪽. 1만7000원.

▲ 함께 쓰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 박정애 지음.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지난 20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구술채록, 증언집 발간, 위안부 피해 실태 조사·연구 등을 하면서 만났던 생존자, 가족, 활동가, 주변인의 이야기를 주제별로 엮었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피해자 중심의 역사 쓰기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저자는 위안부 역사 쓰기는 피해자가 자율적으로 일상을 꾸릴 수 없게 했던 권력, 사회, 관계를 반복해 만들지 않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북아역사재단. 129쪽. 7000원. 

▲ 아메리카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 김욱동 지음.

1921년 미국에서 조선인 유학생들이 결성한 ‘북미조선학생총회’(北美朝鮮學生總會, Korean Student Federation of North America)의 설립 과정·역할·임무와 총회의 한글 기관지인 ‘우라키’(The Rocky)에 관해 다뤘다. 우라키는 영어 ‘Rocky’의 미국식 발음을 우리말로 표기한 것이다.

저자는 교육, 철학, 진화론과 종교, 젠더, 사회주의 및 민족주의 담론, 경제 대공황, 인종차별 문제, 주요 과학과 기술 등 우라키에 실린 글을 소개하고, 당시 우리 젊은 지식인의 관심사, 호기심, 내면 등을 들여다본다.

1930년대 시카고를 중심으로 조선인 유학생이 조직한 ‘재미조선인사회과학연구회’, 김활란의 보스턴대학 박사학위, 동요 ‘학교종’을 지은 김메리 등 관련 내용도 수록했다.

이숲. 248쪽. 1만5000원.

▲ 바이러스 X = 김진명 지음.

베스트셀러 대중 소설가 김진명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다작일 뿐 아니라 시사 현안을 신속한 글쓰기로 전달하는 작가의 특징을 보여주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와중에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소설을 발 빠르게 펴냈다.

스위스와 티베트고원, 대한민국 마이산에서 치사율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세계는 공포에 휩싸인다.

코로나19가 중국이 인공적으로 만든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밝혀낸 여성 병리학 전문의가 ‘바이러스 X’로 명명된 이 바이러스를 연구한 끝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광견병 바이러스를 합성한 인공임을 밝혀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외딴곳 사람들만 감염돼 숙주가 모두 사망하면서 바이러스는 더 확산하지 않고 인류는 멸종 위기를 모면한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은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국제 재판을 열고 중국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하자 연합 함대를 남중국해로 결집하고 경제 봉쇄를 가하기로 한다.

그러자 중국 시진핑은 북한 김여정을 움직여 대한민국을 한미일 동맹과 대중국 봉쇄 연합에서 빼내려는 음모를 세운다. 세계 대전의 위기에서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타북스. 324쪽. 1만5800원.

▲ 달의 왕과 사라진 장난감 = 베랑제르 쿠르뉘 글. 도나티앵 마리 그림. 김주경 옮김.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은 그림 동화다.

세상 모든 장난감을 다 가진 달의 왕. 그는 하인 ‘달달이’들에게 장난감 정리를 시키며 살지만, 친구나 가족은 없다.

이기적인 그는 어느 날 기차를 빼앗으려고 찾아간 남자아이 집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제멋대로인 외로운 욕심쟁이 달의 왕은 ‘나눔’의 의미를 깨닫게 될까?

주니어김영사. 48쪽. 1만4800원.

▲ 씬 짜오, 춘향 = 권희진 지음.

아빠를 여의고 베트남인 엄마와 사는 두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할아버지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에 부푼다.

막상 만난 할아버지는 노쇠하고 평범해 살짝 실망하긴 했지만, 자신과 엄마를 사랑해주는 할아버지가 두리는 좋다.

할아버지는 두리에게 베트남 전통 악기와 낡은 ‘춘향전’ 책을 선물로 가져왔다. 아빠가 과거에 엄마에게 선물한 책이다. 두리는 학교 연극제에서 엄마를 모델로 한 ‘씬 짜오, 춘향’을 발표해 주목을 받는다.

풀빛미디어. 160쪽. 1만2000원.

▲ 팽이 도둑 = 서정오 글. 김효연 그림.

제9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표제작 ‘팽이 도둑’과 신작 두 편을 담은 연작 동화집.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힘센 보물, 팽이를 도둑맞은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겪는 성장 이야기다.

샘터어린이. 104쪽. 1만원.

▲ 털털한 아롱이 = 문명예 지음.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던 작가가 반려견의 털을 소재로 쓴 상상력 넘치는 동화.

털이 많고 많이 빠지는 강아지 아롱이네 집은 털로 가득 찼다. 이 소문을 들은 동물들이 ‘푹신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 몰려온다.

책읽는곰. 36쪽. 1만3000원.

▲ 국어를 좋아해 = 도치맘 주인마님 글. 김소희 그림.

아이의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워주는 흥미로운 학습서다. 단어 뜻을 그림과 쉬운 풀이로 설명한다.

명사, 형용사, 동사, 의성어·의태어로 주제를 각각 나눠 모두 4권으로 구성했다. 다양한 활용과 유의어, 반대어 등도 공부할 수 있다.

기린미디어. 각권 96쪽. 4만8000원.

▲ 내 황홀한 옷의 기원 = 백지영 지음

권력자들이 얽힌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열연해 해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주인공 정현우. 하지만 축하 파티에서 실종됐다가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돌아와 배우 인생이 망가진다.

재기를 꿈꾸던 그는 에로영화 감독이었던 아버지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자는 제의에 응한다. 그의 아버지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집을 빚더미로 만들고 사라졌고, 어머니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고아가 된 현우는 노력 끝에 배우가 됐지만, 자신을 최고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 탓에 망가졌으며, 경멸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로 재기를 꿈꾼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에 아버지가 개입됐음을 알게 된다. 평생 콤플렉스인 동시에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는 어쩌면 그가 원하던 길을 먼저 걸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백지영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소설집 ‘피아노가 있는 방’, 장편 ‘나의 노열 패밀리’를 펴냈다.

알렙. 280쪽. 1만4000원.

▲ 들어본 이야기 = 구병모·권여선·듀나·박솔뫼·한유주 지음

‘젊은 독자들이 사랑하는 다섯 명의 작가’를 콘셉트로 엮은 앤솔로지다.

육체란 무엇인지, 그 육체에 깃든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다섯 개의 시선으로 탐구한다.

유한한 육체와 생각하는 자아의 상관관계를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낸다. 심리 소설, 탐정 추리물 등 다양한 형식 실험도 시도한다.

구병모 ‘소여’부터 권여선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듀나 ‘돼지 먹이’, 박솔뫼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한유주 ‘헤엄치는 밤’까지 모두 5편의 단편이 실렸다.

창비. 184쪽. 1만2000원.

▲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 강은교 지음

1968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한 강은교 시인이 6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반세기 넘는 시력(詩歷)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울림이 깊다.

절망과 고독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찾는 70편의 시를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나눠 실었다.

여전히 섬세한 감수성과 아름다운 시심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얼룩진 유리창에 키스할 것/ 키스하고 또 키스할 것/ 길에서 편지를 쓸 것/ 구원을 기억할 것’(시 ‘새벽 예배를 드리러 가는 고모’ 일부)

1945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강은교는 ‘허무집’, ‘풀잎’, ‘바리연가집’ 등 열네 편의 시집을 펴냈다.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박두진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창비. 140쪽. 1만3000원.

▲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 김호연 지음.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이름을 알린 저자가 대학 졸업 직후부터 마흔 후반에 이른 지금까지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을 쓰며 버텨 온 자신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써 내려갔다.

저자는 이 책을 ‘실패의 기록들’이라고 말한다. 글쓰기에서도 인생에서도 매일 지고 살았던 날들의 실패담을 한번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실천에 옮긴 결과물이다.

저자는 수없이 거절당하고 실패하면서도 계속 글을 쓴다. 그 과정에서 실패는 작가란 직업의 본질임을 깨닫는다. 다른 일을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글로 생계를 이은 지 오래돼 더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팔자가 됐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행성비. 284쪽. 1만5000원.

▲ 생각이 많아서 찾아왔습니다 = 권용석·박미정 지음.

박미정 작가와 정신건강의학과 권용석 원장이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상황을 본인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마음을 다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리한 책이다.

박 작가는 일과 관계, 사랑의 테두리 안에서 쉼 없이 생각하는 여성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내용으로 12편의 짧은 소설을 썼다. 이어서 권 원장은 각각의 소설 속 상황에 맞게 적절한 마음 처방을 내려준다.

책은 이 세상에 당연한 고통과 아픔은 없다고 설명한다. 이제는 감정을 누르기보다 상황을 이해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웨일북. 228쪽. 1만4000원.

▲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하지현 지음.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가이자 5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서평 칼럼을 연재한 정신과 의사의 독서 에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로 세상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함으로써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자아의 힘, 즉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게 책을 읽는 이유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정리하는 노하우, 책을 고르는 법, 글쓰기로 연결하는 책 읽기, 주제별로 읽어보면 좋은 책 등 실용적인 독서 방법과 책 읽기에 대한 추억 등 개인적인 경험도 함께 담았다.

인플루엔셜. 284쪽. 1만5000원.

▲ 도덕적 혼란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두 차례나 받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걸작 단편들을 모아 엮었다.

‘나쁜 소식’, ‘요리와 접대의 기술’ 등 모두 10편의 단편들이 실렸다. 각 단편이 독립적이지만 한 여성의 삶을 단계마다 그려낸 연작 소설이다.

소녀에서 수험생으로, 여대생에서 중년 여성으로, 그리고 황혼을 맞는 넬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이 겪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제 황혼을 맞은 애트우드의 인생 이력과 주인공 넬의 삶은 꽤 흡사하다. 작가의 자아를 상당히 투영한 자전적 소설로 볼 수 있다고 평론가들은 분석한다.

민음사. 396쪽. 1만6000원.

▲ 다시, 올리브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유명하게 만든 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독특하고 때로는 괴팍하기까지 하지만 매력 넘치는 여성 올리브가 다시 돌아왔다. 주인공 올리브가 70대 중반에서 80대 중반이 될 때까지 10여 년 동안 황혼기를 다룬다.

미국 메인주 작은 해안 동네를 배경으로 노년을 살아가는 올리브는 여전히 수많은 놀라움과 깨달음 속에서 여전히 삶이 새롭고 혼란스럽다는 사실을 느낀다. 몸은 늙고 병들어 느리고 둔감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예민하게 외로움과 아픔을 받아들인다.

올리브는 노년에 두 번째 결혼하고 소원했던 아들과 화해하며 새 친구를 사귄다. 그는 여전히 오늘보다 내일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문학동네. 476쪽. 1만6000원.

▲ 다산의 마지막 습관 = 조윤제 지음.

고전 연구가인 저자가 다산 정약용이 학문의 마지막에서 60년 내공을 비우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소학’의 주요 구절 57가지를 가려 뽑은 다음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풀었다.

‘소학’은 주자의 제자 유자징이 여러 고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법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기 수양에 대한 구절들을 가려 뽑은 책으로 유학 입문자들을 위한 교재로 쓰인다.

저자는 조선 시대 서당에서 ‘동몽선습’과 ‘명심보감’ 다음으로 ‘소학’을 가르쳤다는 점에 주목하며, 다산이 공부의 마지막에서 ‘소학’을 선택한 이유를 살핀다. 그 과정에서 공부의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청림출판. 340쪽. 1만6000원.

▲ 문해력 공부 = 김종원 지음.

인문교육 전문가인 저자가 언어가 가진 힘으로 삶을 바꾸는 방법을 정리했다. 읽고 쓰는 능력을 뜻하는 ‘문해력’이 높은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고 변화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지식을 배우는 정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보고 생각한 자기만의 지식을 더 많이 가진 사람, 즉 ‘문해력’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잘못된 언어 사이에서 살아남는 방법, 의도를 몰랐던 말의 맥락을 파악하는 방법, 다르게 읽는 방법, 문해력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만드는 방법 등이 담겼다.

알에이치코리아. 288쪽. 1만5000원.

▲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 = 서정운 지음.

인도네시아 선교사와 장로회신학대 총장 등을 지낸 저자가 인생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에 대한 자기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노년의 소박한 일상과 생각이 담겼다. 중반부에는 선한 힘이 이끄는 삶과 언행일치의 태도, 후반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숨은 공헌자들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80대인 저자는 나이 듦이란 상당히 서글프고 고독한 일이라고 고백하면서도 담담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노인이 무시나 박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 마음에 안 들면 ‘꼰대’라는 말로 비난받기에 십상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요세미티. 236쪽. 1만8000원.

▲ 행운을 빕니다 = 김이환 지음.

국내 판타지 문학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온 김이환의 연작 소설이다.

전래동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단편들이 종국에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이룬다.

‘그의 상자’, ‘아들의 상자’, ‘아내의 상자’ 등 ‘상자’를 테마로 한 연작 단편 10편이 실렸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절망과 희망을 절묘하게 포착해내면서 여운을 남긴다.

2004년부터 ‘초인은 지금’, ‘절망의 구’ 등 장편 14편과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파인 다이닝’ 등 공동단편집 16편을 출간했다. 멀티문학상, 젊은작가상 우수상, SF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단편 ‘너의 변신’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고 장편 ‘절망의 구’는 일본에서 만화로 출간된 데 이어 국내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들녘. 376쪽. 1만4000원.

▲ 숨 = 한유주 지음.

‘죽음’과 ‘개’를 테마로 삶의 허구성과 유한성을 이야기하는 연작 소설집. 한유주가 약 1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소설집이기도 하다.

‘유령 개’를 포함해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실렸다.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표현한다.

1982년 서울 출생인 한유주는 2003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달로’, ‘연대기’ 등과 장편 ‘불가능한 동화’를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과 김현문학패 등을 받았다.

문학실험실. 128쪽. 1만원.

▲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 이은정 지음.

2018년 단편소설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은정의 첫 소설집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받는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다. 부부, 친구, 이웃, 가족 등 가까운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상처를 통해 “때로는 잔인한 삶의 현실을 드러낸다.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8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은정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며 20년간 글을 써왔다. 올해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았고 산문집 ‘눈물이 마르는 시간’ 등이 있다.

마음서재. 260쪽. 1만3800원.

▲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김은진 지음.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언급된 ‘레슬링을 하는 두 명의 남자’ 그림은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그런데 고흐의 진짜 작품인지 논란이 일었던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그림 아래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매크로 엑스선 형광분석법’은 잃어버린 그림도 찾아내고, ‘작자 미상’이던 그림의 원작자도 밝혀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는 미술 보존가인 저자는 이처럼 흥미진진한 ‘미술품 보존과학’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보존과학에 대해서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미술 복원에 대해서 알게 되면 오늘날 보고 있는 예술 작품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미술복권과 보존과학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들인 ‘전시실 조명의 왜 컴컴한지’, ‘미술관은 온도와 습도 조절에 왜 유난히 민감한지’, ‘몇백년 된 그림을 어떻게 아직도 볼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생각의힘. 304쪽. 1만7000원.

▲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배지은 옮김.

‘칼 세이건의 후계자’로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우주와 종교, 철학, 삶에 대한 대답을 모은 책.

1400만 팔로워의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팟캐스트 ‘스타토크’를 진행하며 대중들과 소통하는 닐 타이슨에게는 매일 수백 개의 메시지와 메일이 도착한다. 각계각층에서 온 메일에는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에서부터 자신의 과학적 성찰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글, 사후세계를 묻는 글 등 다양한 관심사들이 담겼다.

이런 많은 편지글 가운데 닐 타이슨이 직접 뽑은 101개의 편지글을 답장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경험적이고 실증적 연구가 기반이 되는 합리적 추론에 근거해 질문의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명쾌하게 답을 제시한다.

책에 담긴 메시지는 비과학적 지식의 오류를 바로잡고 삶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끔 해주는 응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서 신비주의적, 초월적인 인식에서 벗어나고 지금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반니. 332쪽. 1만6900원.

▲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 라훌 잔디얼 지음. 이한이 옮김.

신경외과 의사인 저자가 처음 뇌 수술을 집도했던 수술실에서부터 현대 신경과학의 성취가 이뤄지는 연구실까지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로 “사람들이 절대 내 수술대 위에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돕고, 인지능력을 최고로 끌어 올려 더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려운 학술 용어나 이론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저자가 실제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씨줄로, 일상생활에 유용한 최신 뇌과학 정보와 두뇌 건강 관리법을 날줄로 엮었다.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기억력과 언어, 창의력, 노화, 수면, 학습, 꿈, 치매 등 뇌와 관련한 정보를 담았다.

윌북. 296쪽. 1만5800원.

▲ 과거를 쫓는 탐정들 - 과학은 어떻게 고고학의 수수께끼를 풀었을까? = 로라 스캔디피오 지음. 류지이 옮김.

과학이 어떻게 고고학의 수수께끼를 풀었는지 알려주는 책.

저자는 역사와 인간에 대한 기존 지식을 뒤엎은 고고학 발굴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주차장 밑에서 발굴한 중세 왕 리처드 3세의 무덤, 알프스에서 꽁꽁 언 채로 발견된 선사시대 미라 ‘외치’ 등 최근에 이뤄진 고고학 발굴 사례들이 역사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설명한다.

아울러 DNA 염기 분석, 법의학, 수중 음향 탐지기 등 고고학 현장에서 펼쳐지는 과학의 활약상도 전한다.

창비. 172쪽.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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