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상황 타개 … 속도가 생명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가 국내에 창궐한지 300일을 넘어섰다. 코로나19는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됐다. 주춤하다 다시 확산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방역에 대한 피로는 누적되고 있다. 바다 건너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현재로썬 마스크만이 유일한 백신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진단과 관련한 초기 시스템적인 대응이 빨라 가장 모범적인 방역활동을 전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가 ‘K-방역’을 조명하며 벤치마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도 컸다. 창의적인 방역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전국 표준으로 만들어내면서 K-방역을 완성하는데 일조했다. 대전시 또한 지자체 특성에 맞게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상쇄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D-방역’을 통해 최대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한 거다. D-방역의 활약상을 재조명하고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서로가 배려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회구성원의 자세를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슬기로운 ‘with 코로나’ 생활]     ① 혼돈의 서막  

긴박한 상황 타개 … 속도가 생명

코로나19 팬데믹에 확진자 속출
대구 신천지발 확산 전국 초긴장
사통팔달 대전서도 차단 안간힘
역·터미널 중심 방역에 역량 집중

국내 첫 확진 31일 만에 대전 확진
신속 대처, 확산 차단 자신감 얻어
신천지발 확산하자 행정력 총동원
경기침체 대응까지 공무원 파김치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원인 미상의 폐렴이 발생했다. 당시엔 시골 마을의 풍토병 정도로 치부됐지만 이후 밝혀진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혼돈의 시대로 몰아넣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 중순경 이 감염병을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공식 명명했다.

군 장병이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을 한 뒤 동료를 격려하고 있다. 금강일보 DB
군 장병이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을 한 뒤 동료를 격려하고 있다. 금강일보 DB

#. 순식간에 아수라장…코로나19 팬데믹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1월 20일이다. 전날 중국 우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검사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대구의 상황이 심각했다. 2월 초, 신천지발(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유행의 서막을 열었다.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했다.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WHO는 지난 3월 11일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은지 72일만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빠르면서도 효율적인 진단검사법을 도입하는 한편 드라이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와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감염의심 사례를 최대한 솎아냈다. 투명하고 정확한 확진자 이동동선 공개는 이 같은 시스템 작동을 뒷받침했다. 확진자에 대한 기초역학조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여기서 나오는 정보를 전 국민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억제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이 같은 시스템을 무위로 만들었다. 기초역학조사에서 이동동선 정보 허위 진술 또는 은폐 사례가 나오면서 방역 대처보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더 빨라진 거다. 대구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코로나19는 한순간 ‘공포’의 대상으로 변했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전은 국토의 중심인데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타 지역 감염 전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강혁 전 시 보건복지국장은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대전에서도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방역 관계자가 천변 주변 을 방역하고 있다. 방역의 생활화는 이제 일상이 됐다. 서구 제공
대전 서구 방역 관계자가 천변 주변 을 방역하고 있다. 방역의 생활화는 이제 일상이 됐다. 서구 제공

#. 초동 대처, 속도가 관건

이 같은 예상을 기초로 시는 빠르게 감염병 억제·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결과론적이긴 하나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한 이후 대전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정확히 31일 뒤다.

한 달이나 감염병 유입을 차단했을 정도로 시는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했다. 특히 대전 1번 확진자가 등장했을 때 곧바로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접촉력을 가진 인원을 분류하고 타 시·도와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심지어 이 시기 대구에 발생한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 때에도 역학조사관은 물론 공무원 등을 모두 동원해 확보한 신천지 교인 명단을 기초로 감염 우려가 있는 이들을 빠르게 가려냈다. 전국적으로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대거 등장했을 때 대전에선 불과 단 한 명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3월 4일)을 받았다.

이후 6일 동안 대전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빠르고 정확한 초동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군 병력이 역과 버스터미널 등 대전의 관문에서 소독 작업을 지원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선별진료소를 차려 타 지역 유입을 최대한 방어했다.

방역 시스템 유지는 온전히 공무원의 몫이었고 업무량은 갈수록 가중됐다. 전국적인 유행과 맞물려 진단검사 대상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와 자치구 관계자들은 부서를 막론하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선별진료소에 투입됐으며 이후 자가격리자 관리업무도 맡다보니 업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다 보니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는데도 전력투구해야 했다. 국비와 별도로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을 통해 방역과 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정책을 내세웠다. 덕분에 4월 대전의 전체업종 매출액은 62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줄어드는 데 그쳤다. 2월 950억 원으로 전년 동기(1349억 원) 대비 29.6%, 3월엔 5507억 원으로 전년 동기(6868억 원) 대비 19.8%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시의 방역과 경제 살리기 대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심지어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지급이 본격화된 5월엔 매출액이 7496억 원으로 전년 동기(7204억 원)보다 4.1% 증가하기도 했다. 시의 정책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타 지역에 비해 대전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동시에 경기침체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었다.

이는 의료진은 물론 이들을 물심양면 지원했던 시, 자치구 등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한 몫했다. 지난 3월까지 대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6명, 4월에도 해외입국자 4명과 재확진 1명을 제외하고 지역감염 사례는 전혀 없었다.

시 관계자는 “지난 1월엔 코로나19의 지역 유입을 막기 위해 분주했고 덕분에 2월 중순까지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오진 않았다. 대전에서 첫 확진자가 등장하고 산발적으로 추가 감염자가 나왔을 땐 퇴근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방역 지원 업무가 많았다. 그 와중에 별도의 긴급재난생계지원금 관련 업무까지 소화해야 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어 기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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