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

[금강일보] 지난 19대·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서구을)이 일명 건우법인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으나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습니다. 대통령 공약과 100대 국정과제였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어 추진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존재한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 2일 같은 당 강선우 의원(서울강서구갑)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1대 국회 본희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설치하고 운영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재활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아동 약 29만 명 중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은 1만 9000여 명으로 6.7%에 불과합니다. 전체 3만 5913곳의 의료기관 중 19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50회 이상 전문 재활치료가 이뤄진 의료기관은 단 182곳으로 0.5%에 지나지 않으며, 이조차도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46%나 집중돼 어린이재활난민을 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은 건축비와 운영비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충남권은 건립비가 부족해 민간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야 했고, 전남·경북권은 예산 등의 문제로 병원 건립 공모가 2년째 무산됐습니다. 국가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장애인 건강권법’ 개정안 통과로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추진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가 큽니다.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진행된 건립사업의 문제를 면밀히 짚어보고 다시 건립사업을 추진한다는 생각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예산 부족과 수요 예측 미비로 당초 약속보다 축소된 병원건립을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령과 지자체 조례를 제대로 제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설치, 운영기준, 방법, 절차, 업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게 됩니다. 보건복지부령에는 대한민국에 없었던 소아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컨트럴타워 지정, 권역별 병원 기능, 권역별 네트워크 구성 등을 규정할 필요가 있고 운영비 지원과 권역 내 지자체들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치료와 더불어 교육, 돌봄이 통합되는 병원이기에 보건복지부만이 아닌 교육부와의 협력도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 주체는 지자체이기 때문에 관련 조례가 필요합니다. 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운영 주체인 대전시는 오는 2022년 개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조례 제정이 시급합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고 아직 구체적인 운영 모델과 운영 방식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이를 위한 정책연구와 조사, 당사자 가족의 의견 수렴 등도 필요합니다. 손희역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은 그동안 공공어린이재활병원관련 법률이 없어 조례 제정에 나설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관련 법률이 마련된 만큼 제대로 된 조례 제정으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성공적 운영을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강선우 의원은 “이번 법안의 통과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은 어린이 재활난민 문제 해결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따름이다”라며 “치료는 당연하고 아이들을 위한 돌봄과 교육의 공간으로 병원이 거듭나기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강 의원의 말처럼 법안 통과는 시작입니다. 다행히 21대 국회에서는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추진 의원 모임이 출범했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이끌어낸 대전시민은 대전시의회가 역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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