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진정한 지방자치 원년”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큰 의미 부여
정책지원 전문인력 연차적 도입엔 아쉬움 토로

[금강일보 최일 기자] 1961년생인 그는 대전의 대표적인 소띠 정치인이다. 환갑(還甲)을 맞아 살아온 60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올 60년을 새롭게 설계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는 그에게 60년 만에 도래한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는 더욱 특별하다.

제8대 대전시의회 후반기를 이끌고 있는 권중순 의장(더불어민주당·중구3). 그가 2021년 올해를 진정한 지방자치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히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10년 제6대 시의회에 처음 입성한 후 3선 고지에 오른 그로선 집행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권한이 부여된 지방의회의 한계, 풀뿌리 민주주의 주체 간의 불균형을 뼈저리게 절감했기 때문이다.

권 의장은 구랍(舊臘)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 올해를 진정한 지방분권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지방자치의 원년으로 삼아 획기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지방의회가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또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쳐 시대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라는 의미의 사자성어 ‘동심공제(同心共濟)’를 신년 화두로 제시, 코로나19로 엄중하고 어려운 시기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난관을 이겨내자고 힘줘 말했다.

-8대 의회가 출범한 지 어느덧 4년차를 맞았다. 2021년 의회 운영 방향에 관해 말해 달라.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전시의회의 수장으로서 지방정치는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의회를 운영해왔다. 올해에도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의 싹이 트고 열매가 잘 여물어 갈 수 있도록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소통과 협치, 협력과 견제의 조화를 이뤄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경청하는 열린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경청하고 소통하며 의회의 문턱을 낮추겠다. 집행부와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하겠다. 감시를 위한 감시나 견제를 위한 견제를 넘어 균형적 감각으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도 바로잡겠다. 주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의회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하고 지방의회의 발전과 지방의원의 역량을 강화해 품격 있는 의회상을 구현하는 등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 큰 틀에선 지방자치법 개정에 맞춰 집행부와 균형을 이루는 지방의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직 정비와 시설 확충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2020년 12월 9일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역사적인 날로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1988년 이후 32년 만의 개정으로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겪으면서 얻은 값진 결과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일하는 의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한다. 인사권이 의장에게 부여된 것은 의회 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그동안의 ‘강(强)시장 약(弱)의회’ 구조에서 벗어나 의회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가 되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강화된 감시·견제 기능을 가진 독립된 입법기관이자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제대로 수행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각 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는 의원 정수(대전시의회 22명)의 4분의 1 범위 내에서, 2023년 12월 31일까지는 2분의 1 범위 내에서 연차적으로 증원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아쉽다.”

-각각 송사(訟事)에 휘말린 3명의 의원(김종천·윤용대·채계순)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는데, 시의회가 자체 징계를 하지 않아 자정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의정활동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 문종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출범시켰다. 2019년 4월 제정된 관련 조례에 따라 외부인사 7인으로 구성했는데, 당초 14일 첫 회의를 열어 세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취해지는 상황에 회의를 여는 것이 부적절하고,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오는 17일 이후 다시 일정을 잡기로 했고, 이 사안은 전적으로 윤리자문위의 결정에 맡길 것이다.”

-어떤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는지, 또한 의장 임기를 마친 이후의 정치적 행보도 궁금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어려서부터 전문직업인이 되는 것을 꿈꿨다. 대학 시절에도 낭만을 찾기보다는 입시생처럼 공부한 기억밖에 없다. 그 결과, 23살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세무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 살아오면서 대학에서 전공한 교직(청주사범대 상업교육과 졸업)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길이 열려 대학에서 10년 넘게 강의를 했다. 또 YMCA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세무 상담과 자문활동을 했다. 10여 년 간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민의 80% 이상이 동의한다는 ‘돈 없으면 죄’, 즉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치인이 돼 더 큰 틀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각오로 시의원이 됐다. 개인의 힘과 노력만으론 서민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시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선택받는 정치인이 되고자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역할에 충실히 임해 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주민들로부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새해를 맞은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코로나19 출현으로 인해 비대면·비접촉의 언택트(Untact) 사회로 변화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을 맞은 시민들 모두 큰 고난을 겪고 있다. 대전시의회도 안으로는 방역을, 밖으로는 경제를 지켜내기 위해 지난해 다섯 차례에 걸쳐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등 민생 안정과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또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 시민생활 안정과 직결되는 입법활동과 정책대안 모색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도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소통과 경청을 통해 시민의 뜻이 무엇인지 항상 귀 기울이며 시민을 섬기는 의정활동을 펼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소는 성실하고 신뢰를 주는 동물로,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하고, 무슨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대단한 승부욕을 보인다고 한다. 대전시민 모두가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는 흰 소의 기운을 받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바라며 가정과 일터에서도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하길 기원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권중순 의장 약력

-1961년 10월 5일 대전 출생

-세무사, 제6~8대 대전시의원(중구3선거구-유천·문화·산성동)

-학력: 산성초·대전중·대전상고(현 우송고) 및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상업교육과 졸업, 한남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경력: 대전시 지방세심의위원, 우송정보대 세무정보과 겸임교수, 대전극동방송 상담위원, 대전YMCA 시민사회위원회 개발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 한국세무사회 이사, 안동 권씨 대전종친회 감사, 산성초 총동창회장, 대전상고 총동창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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