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금강일보] 누구나 알고 있는 '빛은 공간을 따라 직진한다'는 사실은, 아지랑이가 피는 환경에서는 진실이 아니게 보이듯, 늘 보는 경치가 좋기도 싫기도 한 것은 환경변화에 따른 내 마음의 변덕 때문이다.

필자는 2000년대 초 우리나라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원형을 미국선형방사선 연구소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여기서 엑스선을 100펨토(femto, 10-15)초 단위로 쪼개서 펄스화한 SPPS란 빛을 다뤘는데, 이 빛이 실험실로부터 200m 떨어진 곳에 도달하는 시간을 재는 일을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100펨토초는 4GHz 컴퓨터의 CPU가 한번 스위칭하는 시간을 약 2000개로 쪼갠 찰나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엑스선을 측정하기 위해 광학 레이저 펄스를 광섬유라는 얇고 긴 선을 통해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레이저를 펄스로 만들면 레이저의 성질이 달라져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이를 고려하여 수개월의 실내실험과 계산을 통해 레이저 펄스를 원하는 장소에 같은 펄스로 전송하는 데 성공하였고 현장 실험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장은 실험실 규모와 실험 조건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필자는 초기실험에서 예상보다 수백 배에 달하는 시간 측정의 오차를 얻어 쓴 실패를 맛봤다.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실제와 이론의 차이를 분석하는 일을 수행하였다. 무엇보다 현장의 실험 조건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조건에서 100펨토초 레이저를 200m 밖까지 140펨토초 이내로 유지할 수 있었고 엑스선이 지나가는 찰나를 60펨토초 오차 이내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이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4세대 방사광의 기본이 됐고, 이론과 함께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는 연구자로서 현장에서의 다양한 변수들을 유연하고 즉각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일상적인 일이 됐다.

이같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화들이 예상치 못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사회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요즘 신문은 주택정책을 한탄하는 기사들로 가득 차 있다. 전세아파트에 사는 필자도 최근의 주택정책으로 올해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것은 우려할 만한 일인데, 자본이 국가 발전에 필요한 산업현장으로 가지 않고 투기자본이 되면, 국민은 내 집 마련이 어렵고 따라서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직접 이 문제를 다루신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택정책이 모든 국민이 자기 집을 가지게 하자는 좋은 의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가 좋은 정책인 것만은 아니다. 물론 주택문제와 같은 국민의 재산권 문제는 중앙부처 간의 입장, 지방자치단체 간의 형편이 서로 다르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알맞은 조정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대도시와 중소도시 및 전원에 단일 정책을 적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때 현장의 조건은 실험의 성패를 결정하듯, 주택정책은 지자체에 의해 실행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지자체의 계획권을 존중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동등한 위치에서 계획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마음이 없는 빛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굽고 펴는데, 하물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하는 피드백에 의한 조정의 필요성을 굳이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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