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R&D 완료 없이 사업 시작·건설 노하우 부족 문제 지적
완료 가능 단계 우선 운용 뒤 경험 축적해야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속보>=국내 최초의 중이온가속기 ‘라온’ 건설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업관리·기초 개발 연구 단계에서의 계획 설정이 미흡했을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중이온가속기 건설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완료 가능한 단계의 장치부터 운용해 경험을 쌓고 제반 R&D 기술을 확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훈수한다. <본보 2월 8일 자 6면 보도>

기초과학연구원은 지난 2011년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이하 사업단)을 구축, 총 1조 5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를 2017년까지 설치 완료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기술적 문제 등이 걸림돌이 돼 세차례나 연장되더니 올해 들어 최종 완공 시점이 다시 미뤄진 상태다. 현재 건설중인 중이온가속기의 구성 장치는 크게 초전도가속기 저에너지구간(SCL3), 초전도 가속기 고에너지가속구간(SCL2),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 등 3가지다.

이중 고에너지가속장치의 가속관 설치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통해 빔 인출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가속관 제작 국내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정확한 시운전 개시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가속기 장치의 일부인 28㎓급 초전도 ECR 이온원 장치의 경우 최대 자기장이 3.0테슬라(T), 빔 인출 최대 전류량이 68마이크로암페어(㎂) 수준에 그쳐 당초 목표했던 자기장(3.5T)과 빔 세기(400㎂)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 사업단은 사업 기간을 오는 2025년까지로 연장하고 예산도 1444억 원을 추가 투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업 관리 실패와 초기 R&D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건설 초기 시공사의 초전도 가속기 건설 노하우 부족, 사업 시작 전 완벽하게 R&D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이 시작되는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예산을 추가 투입한다고 해도 또다시 건설 단계에 걸림돌이 발생한다면 사업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입장이다.

조무현 포스텍 명예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가속기를 운영 중이다. 현재 건설 완료 가능한 단계를 우선적으로 운용해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건설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존 미흡했던 기술 R&D를 철저히 완료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기초 연구 개발이 완료된 상태에서 초전도 가속기 사업을 시작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국산화된 부품도 적어 수입해야할 부품이 많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사업 관리를 위한 상설 관리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꼬집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