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 정 남해님을 따라 나서, 어둑해져 돌아온 길고개 들어 하늘 몇 번바라볼까 해 달 별빛 속에감추어 둔 보물 찾아 도는 입시전쟁세대 차이 긴장 속에 빗나간 대화들이 세상 저 혼자태어난 줄 알고는내 인생엄마가 무슨 참견이야, 말대꾸빙판을 걷고 있는 아슬한 묘기가허공 밧줄 올라타기아찔한 현기증늪 속에허우적거리며 안간힘을 써본다어머니란 이름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 심정이 오롯이 담겨있는 이 시조는 이정남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사랑하고픈 사람’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방송대학교를 졸업하고 대전문인협회, 문학사랑 협의회, 대전시조시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남 시인은 카랑카랑한 음성처럼 생활에서도 그렇지만, 글쓰기에서도 열정적이며 부지런하다. 거칠 것 없을 것 같은 시인에게도 아이 앞에서는 엄마일 수밖에 없는가 보다.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대학 입시 준비를 위해 하늘 한번 쳐다 볼 여유 없는 아이의 일상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말이라도 건네려다 보면 제 마음을 모른다는 투로 말 한마디 섞으려 하지 않는다. 명성 있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양, 친구란 이름도 부모란 이름도 주변도 모두 제켜놓고 성적 올리는 것에만 몰아대는 세상에 부려놓은 것이 허공에서 밧줄 타는 것을 지켜보는 듯 현기증이 일기도 했으리라.시인은 힘겨운 발 디딤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안간힘으로 버텨보라고 이른다. 시련의 터널을 무사히 지나 꿈이 있던 자리로 이끌고자 한다. 그 꿈으로 가는 길에 거름에 되어주려 한다. 이 시인의 마음이 바로 아이들을 짊어진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아닐까. 말하지 않는다 해서 어미가 모르랴, 너희들의 고충을.이영옥 시인대전문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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