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곳곳서 분노 표출
국정감사요청 국민청원 2만여명 동의

변창흠 국토부장관 / 연합
변창흠 국토부장관 / 연합

[금강일보 서지원 기자] 5년 전 결혼한 김지연(39·여) 씨는 ‘집’ 생각을 하면 화가 치민다. 결혼 당시 부동산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그는 유성구 소재 작은 빌라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집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 여긴데다 무리하게 빚을 내고 싶지도 않았서였다. 그러다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 넓은 집을 찾아보던 그는 큰 절망에 빠졌다. 결혼 즈음 2~5억 원대였던 근처 아파트가 10억 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때 아파트를 샀더라면’이란 후회에 한숨만 나온다”며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봤자 무슨 소용있나라는 체념까지 든다. LH 투기 의혹 기사들을 보면 특히 화가난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격앙되고 있다. 투기 의혹 무대가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지역이라는 점에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는 원성이 꽤 높다. 문재인정부 들어 심화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 대란(大亂)에서 가족과 살 곳조차 찾기 어려워진 ‘부동산 흙수저’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가난이 되물림 된다. 열심히 살아도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서 청렴하게 사는 게 바보 같았다”는 등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올라와 수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LH 투기 의혹 이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열심히 해서 LH 들어가자” “LH 상반기 채용 언제냐. 진지하게 필기 한번 쳐보자” “나도 나무 잘 심는데 입사하고 싶다”, “월급 받으면서 재테크까지 할 수 있는 LH가 진정한 ‘신의 직장’이었다”는 식의 성토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3월 3일 게시된 ‘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 청원글은 8일 오후 4시 현재 1만 9515명의 동의를 얻었다.

글쓴이는 “3기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한두 푼도 아니고 10여명이 100억을 투자했다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정의와 공정이란 말이 씁쓸하다. 이런 관행은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았으면 한다”고 허탈과 분노를 덧댔다.

이번 LH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정부에 향한 불신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직장인 황진욱(37·대전 중구) 씨는 “이번 LH건은 어쩌다 우연히 드러난 것일 뿐, 예전부터 이런 일이 많았을 것 같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다 이런 식으로 진행돼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배신감이 크다”고 혀를 찼다.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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