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3월은 각급 학교가 신입생을 맞이하여 학년(學年)이 시작하는 달이다. 농촌에서도 실제로 농사일이 시작되는 달이다. 경칩과 춘분이 들어있는 달이다. 들판에는 파릇파릇한 녹색의 풀들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 성장하는 달이다.

이런 시작에 시가 없을 수 있겠는가? ‘봄은 왔으나 봄 같지가 않다’(春來不似春)이란 꽃샘추위가 있지만 그래도 노란 개나리 꽃과 천지에 널려있는 제비꽃과 민들레의 군락을 어찌 못본체 할 수 있겠나?

①“꿈을 꾸고, 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 여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 지은 /소망의 꽃씨를 심어둔, 삶의 뜨락에 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 하얀 언덕을 걸어, 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찾아낸, 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

고운 바람에게, 따스한 햇살에게, 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 /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당신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의 꽃 한송이 키워내는 일, 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 /감사하다는 말은 심연의 맑은 물소리, 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같은 것

행복의 꽃이 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 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갈께요. 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 (이채/3월에 꿈꾸는 사랑),

②“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 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라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말을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뛰는 기세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3월 /그 미완의 화폭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 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임영조/3월).

③“3월이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오

일전에 한 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 그렇게 숨이 차신걸 보니

그래서 3월,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3월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께 얼마나 많은지요”(에밀리 디킨슨/3월).

④“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 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 확이 놓여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칫발 쭉 뻗은

암 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둥둥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박성우/경칩).

⑤“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럼은요 / 설게, 이때는 못 잊게 그리워

잊으시기야 했으랴, 하마 어느새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

울고 싶은 바람은 젊도록 부는데 /설리도 이때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김소월/가는 봄 3월).

⑥ “삼월/온몸에 새순 돋고 /꽃샘 바람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종일 편안하다

밥 한 술 떠먹고 /몸 아픈 친구 찾아

불편한 거리를 /어질비질 걸어간다

세월아 멈추지 마라. 지금 여기 내 마음에 사과나무 심으리라”(김지하/새봄2)

⑦ “중중 때때중 /우리애기 까까머리

삼월삼짇날 /질나라비 훨훨

제비새끼 훨훨 /쑥 뜯어다가

 개리떡 만들어 /호호 잠들여 놓고

냠냠 잘도 먹었다 /중중 때때중

우리애기 상제로 사감소”(정지용/3월 삼짇날)

⑧ “초록빛 새싹으로 덥힌 기슭에, 벌써 제비꽃 푸름이 울려퍼졌다 /오직 검은 숲을 따라서만, 아직 눈이 삐죽삐죽 혀처럼 놓여있다

그러나 방울방울 녹아내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흡인되어, 그리고 저 위 창백한 하늘가에는

양떼 구름이 빛 반짝인는 떼를 이뤄 흘러가고 있다 /사랑에 빠진 피리새 울음은 나무덤불 속에서 녹는다

사람들아, 너희도 노래하고, 서로 사랑하라.”(헤르만 헤세/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