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서 시작해 오는 10월엔 자신의 사옥을
회사가 일하는 곳이며, 여가도 보낼 수 있는 곳이 되길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창업시장은 혹독하다. 시련을 경험해본 이들의 증언이나, 여러 통계지표 상에서 정글의 냉혹함은 확연하게 들어난다. 이 척박한 창업시장에 젊은 나이, 어쩌면 어린 나이에 뛰어들어 그 고됨을 몸소 경험하며 느리지만 단단하게 그리고 꾸준히 걸음을 내딛고 있는 이가 있다. 박가원(34) ㈜레스텍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직원들과 함께’를 외치며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박 대표가 처음 창업시장에 뛰어든 건 지난 2012년.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던 그가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젊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황토와 같은 광물질로 친환경 코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템’을 찾았고, 주변의 평가도 좋았기에 시작했으나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원대한 꿈이 있다거나 특출한 계획이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템이 괜찮다’는 평가만 믿고 뛰어든 거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보니 적지 않은 시간 수업료를 비싸게 냈습니다.”

박 대표의 첫 사업장은 충남 논산의 한 비닐하우스였다. 제조업이다보니 사업장이 있어야 했고, 창업자금이 넉넉지 못 했던 탓에 그는 비닐하우스를 임대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장은 차렸으나 뭐하나 준비된 게 없던 상황. 결국 전국에 발품팔며 사업을 배워야 했다.

“제조업은 결국 기술력 싸움입니다. 그러나 아이템만 있을 뿐 어떻게 만들어지고, 만든 것을 어디에 팔아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전공과도 무관하다보니 창업 후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배워야만 했습니다.”

창업을 하고도 다른 회사로 취업을 해야만 했던 박 대표는 절실하게 일을 배워나갔다. 당시 취업했던 곳들이 직원 4~5명 정도의 작은 곳이다 보니 생산부터 손님응대까지 거의 모든 일을 소화해야 했다.

“일을 배우던 곳의 직원들은 50대 이상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유일한 20대였던 거죠. ‘빨리 끝내고 쉬자’라는 마인드로 잔머리 굴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직원이 얼마 없다보니 회사의 모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경험치도, 생산에 대한 기술력도 배웠죠.”

바닥에서 시작해 조금씩 궤도를 찾아가던 박 대표의 시련은 이것만이 아니다. 식구가 늘어나면 들어가는 돈이 늘어나는 것처럼 회사를 차렸으니 그와 관련한 인건비와 임대료 등은 그를 늘 힘들게 했다.

“돈을 벌어야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해결하는데 기업 매출이 전무한 상태다 보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모두 받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버티다 성장의 계기를 만나게 됐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였습니다.”

#. 성장의 계기,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의 길로 들어섰으나 그 길에 대해 무지했던 박 대표. 창업 3년이 다돼갈 즈음 비로소 청년창업지원에 대해 알게 됐다.

“청년창업지원이 업력 3년 미만이어야 신청할 수 있었는데 3년을 한 달 남긴 시점에서 가까스로 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들어가고 나서 비로소 창업의 길로 들어선 거죠. 같은 길을 걸으려는 비슷한 위치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초기 창업자에게 어려움이 큰 부분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아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답답하기만 했던 창업의 길은 창업사관학교를 들어간 이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성장하게 된 거다.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과제를 주고 시제품 개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기 창업자들은 대부분 자본이 부족한데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거죠."

또 과거의 인연은 때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버팀목으로, 때로는 판로를 연결시켜주기도 했다.

“일을 해나가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젊은 친구가 고생 한다’였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탓인지 조언을 해주시거나, 노하우를 알려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전하는 편입니다. 이런 것도 노하우라면 저만의 노하우겠죠.”

여기에 박 대표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전문’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브랜드를 만들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OEM을 전문으로 하기로 했죠. 대기업에 납품을 해야 하다 보니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소재는 물론 제품 퀄리티도 좋아야 했죠.”

현재 레스텍의 주력상품은 마스크다. 보건용품이기에 누구보다 꼼꼼히 제품을 만들었던 박 대표는 최근 신제품까지 내놨다. 마스크의 경우 대형, 중형, 소형으로 나뉘는데 사람마다 마스크가 헐겁거나 공간이 뜨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직포를 이용, 끈 조절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낸 거다.

#. 잘 되면 직원 탓, 안 되면 사장 탓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인지 박 대표는 직원들에게 고마움이 크다고 말한다. 제품을 만드는 건 결국 직원들이기에 ‘잘 되면 직원 탓, 안 되면 사장 탓’이라고 강조한다.

“이제는 직원이 40명 정도가 됩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계속 신제품을 생산하고 기술개발도 필요합니다. 이 일을 하는 건 결국 직원들입니다. 직원들이 가장 큰 자산인거죠.”

박 대표는 소통을 중요시한다.

“회사 임직원 간 소통 시간이 많습니다. 술자리를 하면서 이야기할 때도 있고, 회의를 할 때도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분명 어려웠습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회의가 토론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아직 작음에도 이직률이 거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금에 있어 대기업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 외의 면에서는 직원들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는 박 대표. 오는 10월 완성되는 사옥도 직원들의 의견이 녹아있다.

“오는 10월 회사 사옥이 지어집니다. 설계 당시 직원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었습니다. 사옥에 무엇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식당이나 휴게실 등 직원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또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에도 신경을 쓰지만 그 외 많은 부분에서도 중소기업에선 찾아볼 수 있는 게 있다. 대표적인 게 성과보상제다.

“직원 아이디어로 회사 매출이 발생하면 매출금액의 일정부분을 직원에게 줍니다. 특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에 한번은 문화의 날로 설정해 문화 활동을 지원합니다. 회사가 일하는 곳만이 아닌 여가도 함께 보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기업의 첫 번째 목표는 분명 이익창출이다. 그러나 이익만을 꾀하다보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장에 걸림돌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박 대표는 ‘조금 덜 벌더라도 안전하게 꾸준히 나아가자’라는 마인드로 회사를 키워나간다.

“항상 직원들에게 모든 걸 오픈하고 함께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위험부담이 있는 시도보다는 안정적으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돈 많이 벌자’라는 생각을 갖지 않았던 박 대표. 먹고 싶은 게 있을 때 적은 고민을 거치고 먹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최근 순이익의 1%를 기부하기로 했다. 나와 직원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그의 밝은 미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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