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의존도 높은 충청부품업체 다수
엇박자인 ‘전기차 지원정책’ 재정립 시급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차부품업계의 내연기관 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전기차 충전인프라도 뒤받쳐주지 않아 무리하게 서두르다가 자동차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정만기 회장은 13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정부에선 전기동력차 보급을 서두른 나머지 국내 전기동력차 생산기반은 위축시키면서 수입을 유발하는 정책의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정책은 국내 산업기반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 건 충청권을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내연기관 의존도가 높아서다. 친환경차는 부품 수가 2만~3만 개인 내연기관보다 훨씬 적은 1만여 개라서 친환경차 전장부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R&D 투자 여력이 없는 영세업체일수록 업종 전환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대란으로 인한 부품업계의 납품 피해 상황도 속도 조절에 힘을 싣는다.

자동차학계 역시 내연기관차 수출 달러가 전기차 R&D에 투자되는 구조인 만큼 급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 전 세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4%이다. 2030년 긍정적으로 전망해도 1/3 수준이라서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고임금과 과잉 인력으로 인한 완성차의 현저히 낮은 노동생산성도 속도 조절의 근거로 제시된다. 국내 완성차의 노동생산성이 독일·일본에 비해 70%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서 완성차의 전기차 R&D 투자 여력이 여유롭지 않아서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임금 인상은 부품업계에 원가 절감 등의 하중 압박으로도 이어지는 만큼 전기차 부품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날 정 회장은 “R&D 여력을 감안한 인건비 인상, 장기근속위주 과잉 인력의 효과적 해소, 그리고 높은 생산성 유연성 확보에 특히 노사가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엇박자를 내고 있는 지원정책도 전기차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차종·거주지마다 달리 책정돼 전기차 확대 속도가 다른 반면,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등 지원하면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는 탓에 선도국가의 전기차가 더 팔리는 국부 유출도 빚어져서다. 더불어 전기차 충전요금(기본·전력량요금) 특례할인제가 내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100% 폐지돼 민간운영자들의 관리운영비 증가에 따른 충전소 인프라 확대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전국단위 A·B업체에서 대전지사장을 맡고 있는 김 모(50) 씨는 “지역에서만 50여 곳에서 800기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지만 충전사용량이 거의 없는 기계가 70%에 달한다”고 운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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