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째 ‘이전 vs 벌목 vs 보존’ 논란 반복
“안내판 세워 교육적인 가치 높여라” 제안도

지난 1993년 초대 민선 대전시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대전교육청 내부에 식재한 금송. 이준섭 기자
지난 1993년 초대 민선 대전시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대전교육청 내부에 식재한 금송. 이준섭 기자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속보>=대전시교육청이 학교 내에 남은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을 본격화한다. 오랜 기간 전수조사 등을 거쳐 확인된 교목, 교가, 친일 의혹이 짙은 인사들의 사진 등을 구성원 논의를 통해 학교별로 청산하는 것이 골자다. 이제 세간의 시선은 시교육청 청사 부지 내에 식재돼 있는 대표적인 일제 잔재 중 하나인 금송(金松)에 쏠리고 있다. <본보 4월 20일자 3면 등 보도>

시교육청이 학교 내 일제 잔재로 여겨지는 교목, 교가 등에 대한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교육청은 학교상징 등에 대한 전수조사와 검토 과정 등을 거쳐 일제 잔재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구성원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거쳐 청산 절차를 밟도록 추진해왔다. 그 결과 교목 교체 20개교, 교가 가사 교체 2개교, 인물 사진 하단 친일행적 표기 1개교 등 23개교가 청산 절차를 수행하기로 했고 4개교는 구성원 간 협의를 통해 교가 작곡 교체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청산과 맞물려 이 과정 자체가 학생들의 바른 역사인식 함양과 학교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하는 부수적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은 향후 역사교과연구회, 참여·체험형 역사교육 학교 등과 연계한 ‘우리 학교 역사 탐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하고 초·중등용 활동지를 개발, 전체 학교에 보급할 방침이다.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움직임과 맞물려 일각에선 벌써 30여 년 가까이 시교육청을 지키고 있는 또 다른 일제 잔재인 금송의 운명 역시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전이냐, 벌목이냐, 보존이냐’를 놓고 십수 년을 끌어온 문제를 마무리짓자는 생각에서다.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은 “금송이 시교육청에 있어야 할 명분도 없고 그 가치가 얼마나 되길래 주저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시교육청의 의지 문제”라며 “이전도 안 되고, 재산이라 처분도 안 된다면 그 자리에 두되 금송이 왜 일제 잔재인지, 어떻게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가 됐는지 등을 담은 안내판이라도 세우라”고 제안했다.

교육현장에서도 이같은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지루한 논란을 반복할 바에야 그렇게라도 매듭을 짓는 것이 교육적 가치를 세우고 일제 잔재 청산을 실천하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전 A 고교의 한 역사 교사는 “어떤 이유로 시교육청이 금송 문제를 확실하게 끝내지 못하는지 알 수 없으나 안내판을 설치하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일제 잔재 청산 아니겠느냐”고 공감했다.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그동안 수없이 요구했음에도 변화가 없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베는 것 못잖은 나름의 일제 잔재 청산”이라고 동의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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