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눈치에 ‘쇼윈도 구직활동’ 늘어나기도
취준생 “코로나19 지나도 취업 어려울 것”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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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김태욱(30) 씨는 최근 무기력감에 빠져있다.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았으나 채용하는 기업이 적고 이마저도 경쟁이 심해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직활동은 계속 하고 있지만 기대감이 크지 않다. 나이는 먹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하니 상실감만 든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 발 경기 침체 영향으로 고용이 곤두박질하는 가운데 청년들의 취업 의지가 바닥을 찍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쇼윈도 구직활동’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1년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82.6%(복수응답)가 구직활동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며 무기력을 호소한 사람은 65.3%, 우울감은 55.3%, 좌절감은 50.1% 수준을 보였다. 반면 기대감(13.1%)·자신감(6.6%)·감사함(2.8%)·만족감(1.1%)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많은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에 대한 기대가 하락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위축이 된 상태다.

일부 구직자들 중에는 장기화되는 고용난으로 인해 이른바 ‘쇼윈도 취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잡코리아가 취준생 12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8%가 쇼윈도 취준생으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취업하는 척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가족, 지인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가 58.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일자리가 줄어서(43.8%)’, ‘알바 등을 하며 당장의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34.1%)’, ‘현재 취업 준비 말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30.7%)’ 등 순이다.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고용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만연하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기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일뿐더러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려 공장 자동화율을 높일 경우 고용 경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세종에 거주하는 박신영(32·여) 씨는 “나름대로 스펙과 자격증을 따고 이력서를 넣었으나 번번히 심사에서 탈락했다. 요즘에는 신입 직원보다는 경력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다보니 입사 지원을 해도 의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 부모님께 눈치가 보여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 하니 착잡할 따름”이라고 씁쓸해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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