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려나가고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파리의 연인'에서부터 '미스터 션샤인'에 이르기까지
흘러왔던 시간을 작품으로 외치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의 창조주, 김은숙

김은숙 작가 연합뉴스
김은숙 작가 연합뉴스

김은숙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근처에 있던 도서대여점에서 매일 책을 빌려 읽으며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매 드라마마다 큰 화제를 모으며 사랑받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낸다. 이어 김은숙은 흥행이 보장되고, 인물 캐릭터 설정이 좋아서 배우들이 선호하는 작가이다. 그는 과연 어떠한 눈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파리의 연인>은 2004년 6월 12일부터 8월 15일까지 방영된 SBS의 주말 드라마이다. 김정은이 신데렐라형 주인공 '강태영'을, 박신양이 백마 탄 왕자님 재벌 2세 '한기주'역을 맡았다. 신데렐라 스토리 형식으로, 박시양의 "애기야 가자"와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내 남자라고 왜 말을 못 해"와 같은 대사들이 방영 당시 화제가 됐다.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출생의 비밀과 신데렐라 스토리를 주 베이스로 삼아 엄청 까칠한데 여주한테만 친절한 남주 등 통속적인 드라마의 뻔한 단골 소재를 가지고도 트렌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주제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대한 안티테제였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은 2010년 11월 13일부터 2011년 1월 16일까지 방송된 SBS의 주말 드라마이다. 주연 배우는 하지원, 현빈, 윤상현, 김사랑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했다. 싹수없는 부잣집 도련님과 스턴트맨으로 하루하루 간신히 살아가는 도시 빈민 아가씨의 연애라는 소재와 함께 남녀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클리셰를 사용했다.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방송화면 캡처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방송화면 캡처

방영 전엔 그다지 기대받지 못하였으나, 막상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하고 나서 남녀 할 것 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시크릿 가든>은 2010년대 전국적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중 하나로 당당히 손꼽힐 정도로 흥행했다. 특히, 김주원과 길라임이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말싸움을 하다가 입에 묻은 카푸치노의 거품을 닦아주는 거품키스가 유명했다.

이 드라마의 숨겨진 매력은 강조된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훌륭하게 살려내는 주연들의 연기다. 이어 한국 드라마계에 만연한 막장 코드가 거의 없었으며 그 외에도 극한으로 감정이 치달아 폭발한 뒤 그 긴장을 다시 완화시켜주는 코미디의 배치 역시 일품으로 꼽혔던 드라마이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SBS 드라마 '상속자들'

<상속자들>은 2013년 10월 9일부터 동년 12월 12일까지 방영된 SBS의 20부작 수목 드라마로 주연은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이 맡아 연기했다.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재벌가에서 자란 10대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트렌디 드라마다. 이어 작품의 성향을 봤을 때 ‘한국판 가십걸’을 표방한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태양의 후예>는 KBS 2TV에서 2016년 2월 24일부터 4월 14일까지 방송한 수목 드라마이다. 드림하이, 학교 2013, 비밀의 연출 담당이었던 이응복 PD와 김은숙 작가, 그리고 여왕의 교실을 집필했던 김원석 작가가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대한 배우 송중기의 복귀작이며, 송혜교, 진구, 김지원, 온유가 캐스팅됐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방영 당시 ‘유시진앓이’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어 ‘태양의 후예’는 침체기에 빠져 있던 지상파 드라마를 다시 일으켜 세운 드라마이자 사전제작 드라마 열풍의 장본인이다.

김은숙 작가는 돈과 힘보다 인간으로서의 미덕과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마음속 진짜 영웅’을 <태양의 후예>에 넣고자 했다. ‘태양의 후예’ 마지막 장면에서는 남자 주인공 유시진(송중기)처럼 처음부터 완성형 캐릭터였던 등장인물도 있지만 여자 주인공 강모연(송혜교)과 같이 성장형 캐릭터도 있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성장형 캐릭터들은 처음에는 영웅이 아니었지만 마지막엔 결국 영웅으로 성장하게 된다. ‘잊고 지냈던 우리 마음 속 진짜 영웅’을 만났기 때문이다. 결국 ‘영웅’은 인간으로서 미덕과 가치를 가지고 다른 이의 즐거움에 크게 웃어줄 수 있고, 작은 아픔도 함께 울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이윤과 권력, 자본과 국가 등 인간보다 자주 우선시되는 다른 가치보다 인간이 더 근본적인 가치임을 믿으며 그 신념을 실천한다. 김은숙 작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마음속 진짜 영웅’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태양의 후예>에 녹여냈다.

tvN 드라마 '도깨비'
tvN 드라마 '도깨비'

<도깨비>는 2016년 12월 2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방영된 tvN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이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도깨비’로 또다시 레전드를 만들었다. 그의 커리어에 태양의 후예를 넘길 작품이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을 1년도 못 가 뒤엎은 기념비적 작품이다.

드라마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공유),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이동욱)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김고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를 다룬 작품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tvN 드라마 '도깨비' 방송화면 캡처

제작진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구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김은숙 작가가 도깨비라는 소재로 판타지 드라마를 구상한 건 2010년 이전이지만, 당시에는 CG 기술이 부족하고 제작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미뤄두고, 몸이 바뀌는 정도의 CG만이 필요했던 <시크릿 가든>을 미리 집필했다고 한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테마는 김신(공유)과 지은탁(김고은)의 대화에서 나오는 슬픈 사랑이다. 이어 극 중에서 슬픈 사랑은 자기 자신, 부모와 자식, 주군과 충신,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관계와 형태로 나타난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2018년에 방영한 tvN 드라마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를 담고 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를 제작한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가 3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며, 주연배우로는 이병헌과 김태리가 캐스팅됐다.

tvN 드라마 '미스턴 션샤인' 이병헌
tvN 드라마 '미스턴 션샤인' 이병헌

김은숙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뜨겁고 의로웠던 의병(義兵)들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다. 김은숙은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義兵)들의 항쟁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나날들의 가치를 각인시켰다.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천민으로 살아가던 의병들이 원했던 단 하나는 돈도 이름도 명예도 아닌, 제 나라 조선의 주권이었다는 것을 ‘미스터 션샤인’으로 나타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김은숙 작가의 작품관

김은숙 작가는 현재도 그러하지만 과거엔 특히 2-3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드라마 작가였다. 그의 작품 특징은 바로 여성들의 로망과 판타지를 자극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어 인물 묘사로 자주 대두되는 것은 ‘범접할 수 없는, 돈 많은, 능력 좋은 남자 주인공, 까칠한 성격’이 주 베이스로 나온다.

또한 ‘가난하지만 억척스럽게 사는 여자 주인공, 자존심 빼면 시체’인 경우가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능력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강한 여주인공에서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
SBS 드라마 '상속자들'

김은숙은 유행어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파리의 연인'의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당신 바보야? 왜 말을 못 해! 저 사람이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시크릿 가든'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길라임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 '신사의 품격'의 "~하는 걸로", '상속자들'의 "나 너 ~하냐?", '태양의 후예'의 "그 어려운 걸 ~가 해냅니다", '도깨비'의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등은 코미디, 예능 쇼 프로에서도 자주 패러디되던 대사들이다.

집필하는 작품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각 캐릭터마다 대사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대개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했던 말꼬리를 잡고 센스 있게 받아치는 식으로 대화가 전개된다.

예를 들어 '신사의 품격'에서 서이수와 김도진과의 대화 중 "나 이렇게 사치스러운 구두 못 신어요"라고 서이수가 말하자, "그럼 사치스럽게 말고 가치스럽게 신어요"라고 김도진이 대답하는 장면이 그렇다. 앞의 대사는 방영되던 당시 여성 시청자들의 큰 열광을 받았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또한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이후로 김은숙 작가의 남주인공들이 이러한 말장난식 대화에 능통한 달변가라는 특징이 있다. 2016년 방영되는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역시 말장난을 많이 하는 군인이다. 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남자 주인공이 되어야 하다 보니 남자 주인공에 엘리트 또는 재벌의 틀을 벗어난 적이 없다.

이를 증명하듯 <시크릿 가든>에서는 이미 남자 주인공 중 셋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이란 성공은 다 거뒀고, <상속자들> 역시 대놓고 재벌 2, 3세와 사회 배려자 전형의 사랑 이야기이다.

김은숙 작가 연합뉴스
김은숙 작가 연합뉴스

김은숙 작가가 그동안 탄생시켰던 수많은 세상은 저마다의 캐릭터로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여운을 남겼다. 연인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나라를 위한 애국정신까지 다양한 키워드들은 우리의 삶과 어우러져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가 앞으로 그려나갈 세상은 어떤 모습은 지니고 있을지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백소정 인턴기자 thelddl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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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의 창조주, 김은숙

그가 그려나가고 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파리의 연인'에서부터 '미스터 션샤인'에 이르기까지
흘러왔던 시간을 작품으로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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