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리 습지공원에서 이어지는 호반길 산책로
노현리 습지공원에서 이어지는 호반길 산책로

여름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날씨가 어느덧 가을을 향해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대지를 달궜던 햇빛도 당분간 휴식을 취할 모양이다. 나무 아래에 서면 울창한 숲 사이로 한껏 온도를 낮춘 바람이 흘러들어 여행자들의 땀을 식혀준다. 문의지역의 옛 모습과 깊은 산골 마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둘레길을 소개한다. 

 

 

벌랏한지마을 전경
벌랏한지마을 전경
벌랏나루터 모습. 대청댐이 생기기 전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나룻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벌랏나루터 모습. 대청댐이 생기기 전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나룻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16구간. 충북의 동막골 '벌랏한지마을길'
벌랏한지마을길은 남대문리에서 시작된다. 남대문리마을에서 거구리마을을 지나 소금재라는 고개를 한시간 남짓 넘으면 벌랏마을로 들어가는 임도가 나오고 길을 따라 들어가면 벌랏마을 초입이 나온다. 벌랏이라는 지명은 마을전체가 골짜기에 파묻혀 주위가 대부분 밭이고 논은 거의 없는 마을이라는 특징과 수몰 전 마을 어귀에 벌랏나루에서 명칭을 따와 지금의 벌랏마을로 불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은 임진왜란 때 사람들이 피난 와 정착하면서 생겨났다. 예부터 닥나무로 한지를 생산하는 마을이다. 또 수자원보전지역으로 신축된 건물이나 개발 없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소박한 마을이다. 현재 약 20여 농가에 약 3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첩첩산중에 물길로 막혀 있던 마을은 6.25 전쟁 당시 전쟁이 난 줄도 모를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현재는 마을 어귀에 한지체험장이 들어서 방문객들을 이끌고 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깊은 골짜기 속 아늑하게 자리잡은 벌랏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속 발걸음을 옮겨 마을로 진입하면 마을 한 가운데 자리잡은 보호수가 이곳이 오래된 마을임을 자랑하듯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보호수 근처에는 마을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평상이 놓여있어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잠시 숨을 고른뒤, 마을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산길을 따라 500m 정도 이동하면 옛 벌랏나루터가 나온다. 현재는 승객 대기소만 남아있지만 벌랏마을에서 문의로 가는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이 나루터를 이용했다고 한다. 대기소 옆 옛 나루터는 대청호 수위에 따라 모습이 달리 보인다. 멀리 대청호 방면으로 빠져나가는 휘어진 물길이 인상적이다. 이곳을 보고 있으면 쓸쓸함과 그리운 이에 대한 감정이 뒤섞여 만감이 교차한다. 머리가 복잡해질 때 혼자 사색하기 딱 좋은 장소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소전리 삼거리 방면으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5㎞를 나가면 소전리삼거리가 나온다. 나가는 길 양 옆으로 거대한 수림이 우거져 있으며 왼편에 겹겹이 펼쳐진 산세가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19구간. 대통령도 쉬어가던 '청남대사색길' 
문의면 상산마을 뒤 인삼밭길을 지나 왼편에 보이는 대청호를 바라보며 걸으면 어느새 청남대 2관문에 닿는다. 산책길 양쪽엔 침엽수와 활엽수들이 웅장하게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고 왼쪽엔 대청호가 펼쳐져 있어 청량감이 더해진다. 약 3㎞를 걸어 기산사 지나 청남대 산삼농원 앞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 좌골로 향한다. 좌골마을 뒤로 2㎞ 정도 걸으면 청남대길을 다시 만난다. 이 길에서 청남대 방향으로 30m 정도 올라가면 길 건너 구석기 시대 동굴 유적인 용굴이 자리잡고 있다. 큰 절벽 사이에 뚫려있는 동굴이 위압적이다. 용굴에서 문의 괴실마을 방향으로 걸어 삼거리 바로 지나 괴곡 버스정류장 맞은 편 길로 들어서 노현리 생태습지공원을 향한다. 생태습지공원으로 가는 도중 상장리와 노현리 사이엔 수양버들과 키 큰 갈대숲이 우거져 있어 여름에 걷다 보면 자연 속에 깊이 들어온 느낌이 든다. 노현리 생태습지공원은 처음엔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한 소류지였으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자연 전이가 진행되어 수련, 연, 부들, 난초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면서 야생조류의 산란처,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습지가 됐다. 생태습지공원에서 19구간을 마친다. 

 

문의문화재단지 전망대에서 본 대청호
문의문화재단지 전망대에서 본 대청호

 20구간. 과거로 떠난 시간여행 '문의과거마을길'
청주 문의면 노현교에서 노현리 생태습지공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왼쪽으로 대청호를 두고 들길을 걸어가다 약 20여 분 걷다 보면 데크가 설치된 509번 도로와 만나게 되고 왼편에 넓게 펼쳐진 대청호를 바라보며 청주 상하수도사업소를 지나 미천리로 들어선다. 옛 방앗간을 지나 왕버들나무 뒤 계단을 올라 문의면사무소를 지나 문의초등학교 정문으로 들어선다. 문의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나온 뒤 양성산 등산로길로 접어든다. 양성산성 갈림길에서 청주시청소년 수련원을 지나쳐 문의문화재단지를 돌아본 뒤 청소년 수련원 입구에 있는 양성산 등산로로 접어든다. 양성산 등성이를 약 1시간 정도 산행해 내려오면 32번 도로와 만나 문의대교로 걸어 나와 20구간을 마친다. 산행 비율이 많은 만큼 안전장비를 챙겨가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또한 20구간 곳곳에는 맛집도 많으니 산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둘레길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사진=정은한·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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