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강사

[금강일보] 연일 '오징어게임'이 화제다. 넷플릭스 랭킹 1위 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인기는 여전하다. 더불어 옷·신발 등 관련 상품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넷플릭스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으며 주가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식품업계도 이 기회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징어게임 내의 게임도 화제가 되는 모양새다. 한국인이라면 소싯적 한 번은 해 봤을 법한 그런 놀이들이다. 세계적인 플랫폼을 통해 우리의 문화가 확산되자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든다. 시쳇말로 '국뽕' 제대로 한사발 들이킨 기분이랄까? 이런 감정은 비단 나 혼자만의 기분은 아닌 것 같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고 오징에게임에 대한 이야기로 SNS 창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보니 말이다.

오징어게임 아이디어는 2008년에 영화로 기획했는데 당시엔 만들 수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넷플릭스가 아이디어를 듣고 밀어줘서 편안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인터뷰를 보고 여러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기업이 지원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만약 우리나라가 지원해줘서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지속적으로 남는 것은 다른 여운이 있기 때문이리라.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들어오는 수익은 제작비 지원 외에 없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기가 많아지고 더 화제가 될수록 더 커지는 아쉬운 감정은 어쩔 수 없다. 대자본의 힘이 더 강해지다 보니 힘이 약한 우리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생존할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씁쓸함이 든다.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이런 힘의 불균형한 현상은 우리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익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몰리다 보니 해가 지날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몇몇 불량한 대기업들의 협력사 기술탈취, 인력유출, 권리 침해 논란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매년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 수도 없이 열린다. 대부분의 공모전 요강을 보면 ‘선정된 디자인에 대한 모든 권리는 공모사가 소유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대가를 지불한 합법적인 거래인 것이다. 그런데 공모에 참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아쉬운 점을 지울 수 없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큰 공을 들이는 행위이지만 주관사 입장에서는 약간의 비용으로 청춘의 톡톡 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소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약간 서글픈 이야기인데, 1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바이벌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중략) 보면 요즘 모든 사람들은 게임을 한다. 비트코인(가상화폐), 부동산, 주식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다. 오징어게임의 성공가도를 보고 일확천금도 아닌 적은 상금, 혹은 이력서에 수상 경력 한 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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