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진
천안나래한의원 원장

약 5년전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70대 어부의 연쇄살인사건. 그 노인은 20대 남녀를 살인했으며, 약 한달후 다시 20대 여성 2명을 살해했다.

살해 동기는 아주 짧고 단순했다.
“가슴을 만져보고 싶어서.”

연쇄살인범에게 처음 희생된 것은 어느 남녀커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여객선이 끊겨서 그랬는지 어선을 이용하기로 했던거 같다. 어촌의 인상좋게 생긴 어느 어부할아버지에게 바다를 건네달라 부탁을 했고, 그 노인은 흔쾌히 수락을 한다.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는지 중간에 발생한 욕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노인은 여대생을 겁탈하고 싶었고, 그를 방해할 남자를 물에 빠뜨린후 삿갓대라 부르는 갈고리로 살해를 한다. 남자를 해치고 겁탈하려 했지만 여전히 반항하는 여대생 역시 홧김에 살해를 했다. 약 한달후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두 여성을 살해하게 됐다.

오래전의 뉴스를 보았던 기억이라 상황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70대를 넘어선 노인역시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사건이었고, 연쇄살인이라는 충격적인 형태였기에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젊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의외일 수도 있겠으나 당연히 노인도 성욕이 있다. 외국의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상당수가 배우자를 여윈 홀몸이고 임신의 위험성이 완전히 없기 때문에 시설내에서 서로 매우 개방적인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와는 많이 다르고 ‘노인의 성 = 주책’으로 인식한다.

성욕이 있는 성인의 일부가 성범죄자인것과 마찬가지로 비율은 낮겠으나 역시 노인중에서도 성범죄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한의원 회식 중 어느 직원의 회상에 따르면, 고등학교 시절 주말에 중국집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홀서빙을 했는데 매주 모시옷에 중절모를 쓴 단골 할아버지가 오셔서 항상 짜장면을 시켜드셨고 계산후 나가시면서 팁이라고 1000원짜리 한 장을 꼭 자신의 뒷주머니에 넣어주며 엉덩이를 한번씩 주물렀다고 한다.

다혈질 성격인 필자의 친구가 운영하는 한의원에는 한달에 1회의 빈도로 내원하는 노인 환자가 있는데, 근래에서야 ‘저 환자는 올때마다 직원들 엉덩이를 만진다’는 실장의 하소연을 듣게 됐고, 다음에 오기만 하면 붙들고 바로 옆에 있는 경찰서로 끌고 가겠다고 씩씩거리고 있다.

필자의 한의원에서도 중풍후유증으로 치료를 받던 어느 노인 환자는 치료를 마치고 일어서면서 비틀되면 부축을 위해 다가오는 직원에게 몸을 기대면서 손으로 허리에서 엉덩이쪽을 쓸어내리며 감싸안아 치료실 직원이 늘 불쾌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손이 가슴쪽으로 다가와 황급히 몸을 뺐다고도 한다. 그 환자는 이후 단 한번도 내원한적이 없다.

이후 직원교육에 ‘환자의 성추행이 있을 때 참지 말라. 그런 환자는 다시는 안와도 상관없다. 반드시 고소를 하고, 고소 때문에 경찰서나 법원을 다녀와야 한다면 근무시간을 빼 주겠다’라는 항목을 집어넣게 됐다.

상당수의 노인은 성욕의 해결이 쉽지 않다. 부인을 먼저 보낸 홀아비라면 자녀들에게 말하기도 민망하고 사회적으로도 퇴물취급하는 인식이고…. 결국 위에 예들처럼 범죄라 할 만한 방식으로 혹은 처음의 예처럼 흉악한 범죄로 비뚫어져 표출되게 된다.

다방에서 산수유차를 시켜놓고 종업원을 더듬는 할아버지들, 푼돈에 이용 가능한 집창촌을 찾는 노인들, 성매매특별법 이후 집창촌단속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자 니네들은 룸싸롱가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며 인터뷰에서 역정을 내던 할아버지, 방문한 요양사에게 성매매를 제안하는 노인, 유명한 탑골공원 박카스아줌마, 발기불가능한 상태의 노인에 한해 손님을 받는다는 중국의 여자 성기만지기 유사성매매 등 결국 노인의 성생활은 성매매로 연결돼 가고 있는 듯 보인다.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물론 그들의 성생활은 나랏님이라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게 될 그 날이라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최소한 노인의 성생활에 색안경을 끼고 ‘늙어서 주책핀다’는 인식만큼은 꼭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