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바람에 온몸을 휘는 풀잎에 절하고

저 눙쳐 있는 구름 보고 절한다

길가,

물 따라 오르는 송사리 보고 절하고

강아지풀에 차여 넘어져 절한다

뒤로 넘어져서 절하고

햇살 한 장

낙엽처럼 덮고 절한다

한밤 절로 깊어지고 나의 잠은 달디 달다

 

이 시를 가르는 정서적 분위기는 지난날의 추억 속에서나 접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사이에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와 있다. 산을 파헤쳐 아파트를 틀어 올리고 굽은 들길을 바로잡아 바둑판을 만들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바람, 풀잎, 구름, 송사리, 강아지풀, 햇살, 낙엽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우리 곁을 떠나간 지 오래다. 그것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진 뒤 우리에게는 불행이 오고 슬픔이 왔다.

순례란 신앙행위 일환으로 종교상의 성지나 영장(靈場)을 찾아가 참배하는 여행으로 종교적 의식이다. 그러나 진정한 순례란 가까운 주변으로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 새롭게 지켜가는 행위가 아닐까. 그런 즉, 그대는 바람과 풀잎을 보고 절해본 적 있는가. 송사리와 강아지풀에게 걸려 넘어져 절해본 적은 있었던가. 햇살 한 장을 낙엽처럼 덥고 절한 뒤에 한밤의 잠이 달고 달았던 적은 있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지금 즉시 저 들녘으로 순례를 떠나라.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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