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硏 '계미중춘판' … 소장자 김진관 씨 기탁

‘동경대전 목천판’의 간행기록(刊記) 부분. 계미중춘(1883년 2월) 북접에서 목활자로 중간(重刊) 즉 다시 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학도주(道主) 본관 경주(月城)인 최시형(1827~1898)이 동경대전 간행을 주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기탁자 조부인 ‘천원군(현 천안시) 목천면 한천마을 김찬암’ 이름이 적혀 있다.(오른쪽)
‘동경대전 목천판’의 간행기록(刊記) 부분. 계미중춘(1883년 2월) 북접에서 목활자로 중간(重刊) 즉 다시 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학도주(道主) 본관 경주(月城)인 최시형(1827~1898)이 동경대전 간행을 주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기탁자 조부인 ‘천원군(현 천안시) 목천면 한천마을 김찬암’ 이름이 적혀 있다.(오른쪽)

[금강일보 최신웅 기자] 민족종교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가 지은 경전 '동경대전' 가운데 최고 판본인 계미중춘판(癸未仲春版, 1883년 2월)이 내달 3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공개된다.

연구원은 계미중춘판을 기탁 받아 내달 3일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수탁식과 유물공개 행사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수탁식은 동경대전을 비롯해 '용담유사' 등 동학 관련 유물 11점을 기탁한 소장자 김진관 씨에게 수탁증서를 전달하는 자리다. 양승조 지사가 참석해 기탁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기탁을 주선한 천안향토문화연구회 김종식 회장과 천안역사문화연구회 이용길 회장에게도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은 지난 2000년 향토사가 김종식 회장에 의해 처음으로 발굴돼 세상에 알려진 바 있으나 이후 소장자가 공개를 꺼려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후 김종식, 이용길 회장의 거듭된 설득과 소장자의 결단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연구원은 지난 5월 윤석산 한양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박맹수 원광대 총장, 신영우 충북대 사학과 명예교수 등 동학 관련 최고 권위자와 서지학 전문가인 손계영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교수를 초빙해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에 대한 진위 감정 및 문화재적 가치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문가 4명 모두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이 간행 연도와 간행 주체가 분명한 진본임을 확인했다.

또한 국내 남아있는 동경대전 판본 가운데 가장 먼저 간행된 판본으로 알려진 독립기념관 소장본(1880년 경진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연구원에 기탁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이 현재 남아있는 동경대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판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의 표지와 첫머리 부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의 표지와 첫머리 부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이번에 연구원에 기탁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은 한말 충청도 목천(木川) 김은경(金殷卿)의 집에서 간행돼 일명 ‘목천판 동경대전’이라고도 불린다. 현재까지 간행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판본으로 알려져 있던 경북 경주의 '계미중하판(癸未中夏版, 1883년 5월)'보다 3개월 앞서 간행돼,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그동안 기탁자 김진관 씨의 조부 김찬암 선생은 이 판본을 이중으로 된 항아리에 보관하며 가보로 여겨왔다.

연구원 관계자는 “1880년에 강원도에서 경전이 간행된 이후 3년 후인 1883년 2월 충청도 목천에서 목활자로 경전이 간행되었다는 점은 동학농민혁명사뿐만 아니라 충남지역 동학의 유입과 확산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1894년 동학농민전쟁 때 공주 우금치전투에 앞서 대규모 동학농민군이 참여한 전투가 천안 세성산에서 이뤄진 배경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원은 수탁식에 이어 11월 30일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동경대전 계미중춘판의 문화재적 가치와 의의’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또 내년 초에는 도민들이 쉽게 역사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동학관련 개설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내포=최신웅 기자 cs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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