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헤가오’, ‘얼싸’ 등 합성·편집 심각
18세 미만 아동·여성 대상 범죄도
삭제 절차도 어렵고 신고도 복잡해

대전여민회가 21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지역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 결과보고회를 개최한 가운데 천정연 대전여민회 활동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신성재 기자
대전여민회가 21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지역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 결과보고회를 개최한 가운데 천정연 대전여민회 활동가가 발표를 하고 있다. 신성재 기자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성폭력 실태를 직접 조사한 대전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은 여성의 사진을 합성·편집·가공해 성적으로 능욕하는 게시물부터 불법촬영물을 판매하는 글까지 ‘디지털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점점 흉포해지는 ‘디지털 성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6면

대전여민회는 21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지역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대전여민회 천정연 활동가는 “모니터링을 시작한 첫 달 참여자 모두 ‘멘붕’ 상태를 경험했다”며 “디지털 성폭력이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혀를 찼다.

모니터링단이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디지털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2198건의 불법·유해 게시물이 발견됐다. 유형별로는 언어적성희롱 42%, 사이버괴롭힘 19% ,합성·편집·가공 게시물 18%, 성매매광고 9%, 불법촬영물 유포 6% 등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성폭력 대상으로는 일반여성(45%), 여성연예인(29%) 등의 순이었다. 심지어 18세 미만 아동·여성 청소년에 대한 범죄도 상당수 있었으며 누나·여동생·엄마 등 가족도 있었다.

대전여민회가 21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지역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 결과보고회를 개최한 가운데 성폭력 상담소 '다힘' 이은주 상담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신성재 기자
대전여민회가 21일 대전NGO지원센터에서 대전지역 디지털 성폭력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 결과보고회를 개최한 가운데 성폭력 상담소 '다힘' 이은주 상담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신성재 기자

천 활동가는 “심지어 ‘아헤가오’, ‘얼싸’ 등 ‘합성·편집·가공’ 게시물 등이 발견돼 모니터링단 모두가 상당히 민망했다”고 설명했다. 아헤가오는 여성의 얼굴에 치켜뜬 눈을 합성한 이미지로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낄 때 ‘아’ 또는 ‘헤’하며 입을 벌린다고 해서 만들어진 신조어이고 ‘얼싸’는 대상 여성의 얼굴에 남성의 체액을 뿌리는 것을 합성해 인증하는 사진을 말하는데 온라인에는 이 같은 게시물이 난무한다는 게 천 활동가의 설명이다.

천 활동가는 “지인 등을 능욕하라는 내용의 ‘사이버 괴롭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계정도 발견됐다”며 “문제는 이 같은 게시물을 신고해도 일부 플랫폼 등은 이를 삭제하기가 어려운데다 경찰의 신고 시스템 역시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여민회에 따르면 한 모니터링 단원이 SNS에서 아동 성착취 정황을 포착해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청으로부터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겠다’는 문자 메시지 통보를 했고 온라인상에서 성추행 게시물이 올라와 신고를 했는데 경찰 담당부서를 찾는데 한 달이나 소요되기도 했다.

대전여민회는 디지털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경찰청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광역형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 활동가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온라인 시민감시단의 모니터링도 확대해 지속 가능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 시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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